SEARCH

검색창 닫기
  • BTC
  • ETH
  • XRP
  • BCH
bithumb제공 bithumb제공
  • BTC
  • ETH
  • XRP
  • BCH
bithumb제공 bithumb제공

[특별기고]암호화폐 도둑상장을 어떻게 규율할까

거래소가 프로젝트 팀과 협의 없이 임의로 상장하는 '도둑상장'

계약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아…사무관리 법률 유추적용 가능

/셔터스톡

플랫폼 암호화폐인 오브스(Orbs) 코인은 빗썸 상장 직전 빌랙시(Bilaxy)라는 거래소에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상장된 바가 있다. 최근에는 온비트(OnBTC) 거래소에 아하토큰(AHT)이 아하 측과 협의 없이 상장될 뻔했다가 철회된 적이 있다. 벤타스비트(VENTASBit)라는 거래소도 아하 토큰과 피블코인(PIBBLE)을 임의로 상장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행위는 일명 ‘도둑상장’, ‘납치상장’이라고 불린다.

이러한 일방적인 상장이 가능한 것은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의 특성상 소스코드와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등이 공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임의로 상장을 하는 거래소 측은 탈중앙화 플랫폼에서 발행된 토큰을 상장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트코인을 상장할 때 사토시의 허락을 받고 상장하는가, 이더리움을 상장하는데 비탈릭의 허락을 구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한다.

그러나 탈중앙화되어 있는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이용한다고 해서 프로젝트까지 탈중앙화되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토큰과 프로젝트는 긴밀히 연관되어 있으며, 투자자와의 이해관계도 밀접하다. 프로젝트의 기획과 구성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거래소가 프로젝트 로드맵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거래소 상장 부분을 암호화폐 발행회사와 아무런 협의 없이 암호화폐를 상장해도 탈중앙화라는 미명으로 합리화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만일 다른 거래소와 상장계약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도둑상장이 이루어지는 경우 계약된 거래소와의 상장계약파기와 책임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더 나쁜 것은 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이다. 오브스의 경우 빌랙시 거래소에 상장되면서 가격이 절반 이하로 급락하는 현상을 겪었다. 이런 경우 발행회사와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최악의 경우는 도둑상장한 거래소의 취약성으로 해킹, 자금세탁, 불법자금모집 등으로 해당 코인과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도둑 상장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법적으로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상장이라고 하면 암호화폐 이전에는 증권상장을 의미했다. 증권상장의 법적 성격에 대하여 우리 대법원은 “그 유가증권시장에 유가증권의 상장을 희망하는 발행회사와 주식회사 한국증권선물거래소(2009년 2월부터 통합하여 ‘한국거래소’로 명칭 변경) 사이에 체결되는 상장계약은 사법상의 계약”(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다1753 판결)이라고 했다. 즉 상장은 상장계약에 의해 이루어지고 이 계약은 사법상의 계약이라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 암호화폐는 거래소와 상장계약을 체결하고 상장을 하고 있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상장규정에 의한 상장계약을 사법상의 계약으로 보는 대법원의 판결에 비추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이루어지는 상장계약 역시 사법상의 계약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일명 도둑상장은 계약에 의하여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탈중앙화된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으면서 상장계약 없는 상장이 금지된다고 할 수도 없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코인들도 계약 없이 상장되고 있다.

그러나 계약이 없더라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사법(私法)적 규율이 필요할 수 있다. 우리 민법은 계약이 없는 법률관계, 즉 비법률행위를 몇 가지 규정하고 있는데, 상장계약 없이 이루어지는 도둑상장의 경우에는 민법이 규정한 비법률행위 중 사무관리에 관한 규정을 적용 또는 ‘유추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무관리란 “의무 없이 타인을 위하여 그 사무를 처리하는 행위”이다. 거래소는 사실상 자신의 영업적 이익을 위한 행위이기도 하겠지만, 암호화폐 발행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계약상) 의무 없이 상장사무를 처리하여 주는 행위라고 할 것이다.

도둑상장을 상장사무에 관한 사무관리 또는 이와 유사한 것으로 보고 사무관리의 규정을 적용한다면, 거래소는 사무의 성질에 따라 가장 본인(주로 암호화폐 발행회사라 할 수 있을 것)에게 이익되는 방법으로 이를 관리하여야 하고(민법 제734조 제1항), 본인의 의사를 알 거나 알 수 있는 때에는 그 의사에 적합하도록 관리하여야 한다.(민법 제734조 제2항) 즉, 암호화폐 발행회사가 거래소에 상장에 대한 명백한 반대의사를 표시한다면 상장을 유지해서는 안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만약 위 제1항과 제2항에 위반하여 사무를 관리한 경우에는 과실이 없는 때에도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민법 제734조 제3항)고 하고 있으므로, 의사에 반한 상장으로 손해가 발생한다면 거래소는 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해석된다.

거래소는 탈중앙화를 주장하지만, 탈중앙화 거래소(DEX)가 아닌 일반 거래소는 탈중앙화된 기관도 아니고, 도둑상장이 사실은 거래소 자신들의 영업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과 암호화폐 발행회사의 프로젝트와 투자자의 보호 및 탈중앙화의 가치존중을 같이 고려한다면 현재로서는 사무관리로 규율하는 것이 옳다.

또 도둑상장이 암호화폐 발행회사에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상장수수료의 부담을 덜 수 있고, 가치가 있는 코인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 이슈가 되어 마켓팅에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즉, 도둑상장이라고 하더라도 암호화폐 발행회사의 의사에 반드시 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무관리로 의율하는 것이 가장 적합해 보인다.

하지만 도둑상장에 대하여 암호화폐 발생회사가 알고서도 상당기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묵시적으로 상장 자체에는 동의한 것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도 거래소와 관련하여 다양하고 복합적인 법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처럼 기존 법률에 의존하여 해석 또는 유추적용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을 수 있고, 법적 안정성에 비추어 보아도 바람직하지 않다. 조속히 암호화폐 거래소에 관하여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부분에 한하여서라도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진영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

이진영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

*이진영 변호사는 고려대학교 법학과, 사법연수원 32기를 거쳐 법무법인 정세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중앙노동위원회 심판위원과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특별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블로그 ‘이진영 변호사의 꿀법’을 운영하고 있다.

박현영 기자
hyun@decenter.kr
< 저작권자 ⓒ 디센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메일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