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앱(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이 나날이 늘고 있지만, 이용자 수는 일반 앱에 비해 턱없이 적다. 그 배경에는 떨어지는 ‘사용성’이 있다. 일반 이용자들이 디앱을 쓰려면 복잡한 지갑 주소를 만들어야 하고, 어려운 계정 생성 과정을 극복해야 한다. 큰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것이다.
오지은 디랩토리 디자이너는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이드콘 코리아 2019’에서 디앱의 사용성 부족 문제를 디자인으로 해결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디앱, 즉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기획할 때 디자인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랩토리는 서울대학교 블록체인 학회 ‘디싸이퍼’의 프로젝트 팀으로, 오 디자이너는 이곳에서 디앱 디자인을 맡고 있다.
오 디자이너는 디앱의 사용성을 갖추기 위해 고려해야 할 디자인 요소 세 가지를 언급했다. ▲이용자 상태의 가시성 ▲이용자에게 적합한 언어표현 ▲에러나 실수에 대처할 수 있는 가이드 및 통제 권한 등이다.
우선 디앱은 이용자에게 서비스의 각 요소가 어떻게 동작하는지에 대해 직관적인 힌트를 제공해야 한다. 이용자가 서비스상 자신의 상태를 바로바로 파악하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 디자이너는 “이용자가 서비스에서 어떤 행동을 하면 그 행동에 따른 결과를 바로 인지하고, 계속 작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UI(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 시 버튼을 알아보기 쉽게 제작하고 인디케이터(Indicator)를 넣어서 이용자 행동의 진행상황을 알려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에선 생소한 용어가 많이 쓰이므로, 이용자에게 익숙한 언어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 디자이너는 “게임 디앱은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한 토큰)라는 용어를 많이 쓰는데, 단순히 NFT라고 표기하면 이용자들은 이 단어의 뜻을 알아보기 위해 게임을 이탈한다”며 “NFT 대신 Gene(유전자)라는 단어를 쓰면 된다”고 예시를 들었다. NFT는 토큰마다 가치가 다른 것을 뜻하는 말로, 이를 ‘유전자’로 대체하면 토큰이 고유 가치를 지녔다는 원래 의미가 더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디앱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가 실수를 저지르거나 서비스상 에러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이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오 디자이너는 이용자에게 통제 권한을 보장해 실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실수를 미리 인지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디앱 을 사용할 때 어떤 행동을 하면 수수료가 드는지, 그 수수료는 얼마인지 디자인 과정에서 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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