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점을 시작으로 음악 CD와 DVD, 컴퓨터 소프트웨어, 전자 제품, 옷, 가구 등 다양한 제품 라인을 선보인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강자 아마존(Amazon)에게 블록체인은 그다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아마존 산하의 컴퓨팅 서비스 업체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지난해 공개한 블록체인 서비스 ‘아마존 QLDB(Quantum Ledger Database)’는 이미 오래전부터 회사 안에서 쓰이던 기술이다. 그래서일까.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를 내놨는데도 AWS는 당황하지 않는 눈치였다. 더 큰 그림을 보고 움직이자는 인상이 강렬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숀 레이(Shaun Ray) AWS 아태지역 디벨로퍼 릴레이션 부문 총괄을 만났다. 그는 “블록체인은 IT 메가 트랜드의 큰 부분”이라며 “결제 수단(암호화폐)에 집중하기 보다는 큰 그림을 보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 QLDB는 공급망, 금융, 제조, 보험 등에 활용될 수 있는 솔루션이다. 트랜잭션의 영구적이고 완전한 기록을 위해 중앙권한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사를 위한 원장(ledger)이다. 이는 퍼블릭 레저가 아닌, 자신들의 프라이빗 레저를 만들어서 데이터가 어떻게 변경·관리되는지 검증할 수 있는 원장을 만들고 싶다는 니즈를 지닌 고객을 위해 만들어졌다. 두 번째 유형은 여러 사람이 거래를 하는 데 있어서 제삼자 없이 분산 형식으로 거래하는 것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아마존 매니지드 블록체인 서비스(Amazon Managed Blockchain Service)’다.
두 개 모두 블록체인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엔진 하이퍼레저와 이더리움을 사용하고 있다. 레이 총괄은 “이 두 서비스를 활용해서 스마트 콘트랙트 타입의 애플리케이션을 만든다거나 물류회사의 물류 네트워크와 같은 검증체인 등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활용 사례로는 호주의 환자 기록 관리 업체 ‘헬스 다이렉트(Health Direct)’가 있다. 레이 총괄은 “환자 기록은 민감한 정보이기 때문에 열람 및 변경 정보에 대한 ‘히스토리’가 나와야 한다”며 “이러한 기록 감사에 아마존의 블록체인 서비스가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매와 유통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예로 AWS 측은 고객사가 코어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통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레이 총괄은 “AWS가 올해 선보인 ‘AWS 블록체인 펍’은 이러한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맥주 회사는 맥주만 잘 만들면 된다. 서버 인프라를 고민하다 보면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을 AWS가 해결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블록체인 펍 등 유통 분야에 활용되는) 아마존 매니지드 블록체인 서비스는 오픈소스로 지원되기 때문에 서비스 보안 패치와 기능 등은 고객사가 기존에 쓰던 레벨 그대로 연결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며 “고객 중심으로, 고객의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타사와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레이 총괄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네트워크 연결성(connectivity)’이다. 전 세계 네트워크를 연결하면 하라 토큰 사례와 같이 세계 곳곳을 연결해 공통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AWS는 인공위성을 활용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서비스 ‘퀴퍼(Kuiper)’와 인공위성을 통해 모바일 데이터에 인터넷을 연결하는 서비스 ‘그라운드 스테이션(Ground Station)’을 내놨다. 레이 총괄은 “네트워크 커넥션이 좋지 않은 지역에 있는 사람까지도 네트워크상으로 끌어와서 안정적으로 중요한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인프라가 아예 없는 신흥국에서 리브라 코인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AWS는 인프라가 아예 없는 신흥국에도 이러한 인공위성 서비스를 제공할까. 레이 총괄은 “전 세계를 커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글로벌 플랫폼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글로벌한 네트워크 커넥션이 형성되지 못하다 보니 신흥국에선 현지 업체를 활용해 데이터를 사용한다”며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하면 모바일 데이터를 값싸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신흥국에 있어 글로벌 커넥션이 의미하는 바는 선진국 회사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라고 덧붙였다.
/김연지기자 yjk@decenter.kr
- 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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