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는 기업의 간판이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 마련이다. ‘오너리스크’란 말이 등장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오너리스크는 갑질, 범죄 등 CEO의 잘못으로 기업 경영이 악화되는 걸 의미한다. 최근 승리가 운영하는 아오이라멘의 가맹점주들이 가맹본부인 아오리 에프앤비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이유도 오너리스크에 있다. 승리가 ‘버닝썬 사건’에 연루되면서 오너리스크가 발생해 아오리라멘 매출이 급락했다는 주장이다.
오너리스크는 CEO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클 때 극적으로 그 어두운 이면이 드러난다. 특히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아 기업 자체의 경쟁력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초기 기업이 오너리스크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탈중앙화 인터넷 프로젝트 ‘트론’에서도 오너리스크가 부각됐다. 저스틴 선(Justin Sun) 트론 창시자는 지난 6월 54억원에 워렌 버핏과의 점심을 낙찰받았다. 낙찰 소식이 발표되기 전부터 자신의 SNS에 “큰일을 해냈다”라며 이 사실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하며 워렌 버핏과의 점심을 홍보했다. 그러다 일정을 이틀 앞두고, 건강상의 이유로 워렌 버핏 회장과의 오찬을 취소한다고 SNS에 올렸다. 당일 트론(TRX) 가격은 15% 넘게 떨어졌다. 이를 무마하려는 듯 저스틴 선은 최근 “선전이 과했다”며 공개 사과했다. 그러나 그도 인정했듯 그의 진중하지 못한 행보는 트론의 평판에 타격을 줬다.
오너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은 CEO에게 집중된 영향력을 줄이는 거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처럼 위험 요소를 분산하는 것이다. 보통 이 말은 자산을 여러 종목에 투자하란 의미로 쓰인다.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으면 바구니 하나를 떨어뜨려도 타격이 크지 않다. 이른바 ‘포트폴리오 효과’다. 반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몽땅 담으면 위험 요소가 커질 수 있다. 이는 비단 투자에만 적용되는 법칙은 아니다. 기업 운영에도 적용될 여지가 충분하다.
저스틴 선은 공개사과문에서 “웨이보 활동과 언론 인터뷰를 줄이겠다”고 전했다. CEO 중심의 마케팅에 치중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가 대중과 접촉을 줄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그보다 저스틴 선의 SNS가 아닌 다양한 창구로 트론 관련 정보가 공개되도록 소통 채널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민감하고 중요한 정보일수록 CEO의 SNS보단 공식 채널로 공개되어야 한다. 그렇게 저스틴 선에게 집중된 영향력을 하나씩 해체해 나갈 때 오너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도예리기자 yeri.d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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