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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금융권 닮아가는 '암호화폐 금융'···암호화폐 은행은 이미 시작됐다

비트메인 핵심 인사들, 싱가포르에 매트릭스포트 설립…암호화폐 은행 만들 것

한빗코, 블록크래프터스 등 국내 기업도 기존 금융상품 닮은 암호화폐 투자 상품 출시

/출처=셔터스톡

암호화폐 업계가 기존 금융권을 닮아가고 있다. 금융·증권사 그리고 은행에서 제공하던 서비스가 암호화폐 버전으로 나타나고 있다.

암호화폐 금융, 스테이킹 이자 지급 넘어 MMF 형태로 발전
올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시작한 ‘스테이킹’ 서비스는 암호화폐 금융의 한 종류로 분류된다. 암호화폐 보유량을 증명하고, 이에 따른 보상을 받는 구조다. 지분증명(PoS) 합의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일 경우 암호화폐 보유량에 따른 이자를 지급하거나 노드로 활동하는 블록 프로듀서(BP)들에게 암호화폐 지분을 임대하고, 노드들이 받는 보상의 일부를 배당받는 형식이다. 거래소들은 고객이 자신의 거래소 계정에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를 활용해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새로운 형태의 암호화폐 금융상품이 출현했다. 비트메인 수장인 우지한(WuJihan)과 CEO 및 CFO를 역임한 거위에셩(GeYuesheng)은 싱가포르에 ‘매트릭스포트’라는 암호화폐 금융 기업을 설립했다. 매트릭스포트의 주력 상품은 ‘듀얼 커런시(Dual Currency) 이재상품’이다. 이재상품이란 중국 상업은행들이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투자 상품 중 하나다. 투자금을 예치하고 만기 시 이자와 원금을 함께 돌려받는 구조다.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돌려주는 머니마켓펀드(MMF)와 비슷하다.



비트코인을 예치하고 만기 시 테더(USDT) 또는 비트코인(BTC)으로 돌려받는 매트릭스포트의 이재상품은 은행보다 상당히 높은 이율을 제공한다. 12일 기준 매트릭스 포트는 오는 12월 20일 만기 상품에 연이율 82%를 제공하고 있다. 이 상품의 고정 가격은 7,250달러다. 고정 가격은 매트릭스포트 이재 상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기일 당시 비트코인 시세가 고정 가격보다 낮으면 비트코인, 높으면 테더로 인수하는 방식이다. 상품별로 연이율은 다르다. 고정 가격이 현재 시세보다 높을수록 이자율은 낮아진다.

거위에셩에게 매트릭스포트의 수익 창출 방법을 묻자 그는 “선물거래”라고 답했다. 그는 “비트코인처럼 가격 변동성이 높을수록 선물거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많아진다”며 “어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국내서도 유사 상품 출시…은행 상품 닮은 암호화폐 금융 상품 계속 나온다
국내에서도 매트릭스포트 이재상품과 비슷한 형식의 상품이 나오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한빗코는 지난달 26일 ‘불닥스’ 상품을 출시했다. 비트코인, 이오스(EOS), 리플(XRP), 이더리움(ETH) 등 암호화폐를 예치하면 연 10%에서 최대 12%의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으로, 이자는 예치한 종목과 동일한 암호화폐로 지급한다. 예치 기간은 상품에 따라 최단 2주에서 최장 90일이다.

한빗코는 ‘차익거래(아비트리지)’ 방식으로 예치금을 운용, 수익을 창출한다. 동일한 상품에 대해 거래소 간 가격이 다를 경우 저렴하게 상품을 매입해 비싸게 매도해 차익을 창출하는 방법이다. 운용은 한빗코의 트레이딩 파트너사에서 진행한다.

국내 크립토 벤처캐피털(VC)인 블록크래프터스도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하고 ‘하루뱅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루뱅크도 암호화폐 관련 금융상품을 제공한다.

암호화폐 은행 나올 수 있을까…‘간판’ 아닌 ‘서비스’가 중요하다
거위에셩은 지난 4일 한국을 방문해 “이재상품 뿐 아니라 대출, 커스터디 등 다양한 암호화폐 금융 상품을 만들 것”이라며 “암호화폐 은행을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은행에서 하는 업무를 암호화폐 버전으로 똑같이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블록체인에 관심이 없는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암호화폐 은행’이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전문가들은 예금, 대출 등 기본적인 업무를 포함한 암호화폐 은행은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동민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예금 대출부터 시작해 적금, 투자 등 금융 상품까지 제공하는 게 암호화폐 은행의 본질적인 개념”이라며 “암호화폐 은행에서는 암호화폐 자산을 맡기고, 금리를 받고, 대출도 받는 등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이미 관련 서비스는 출시돼 있지만, 사람들이 은행이라고 부를 만한 대상이 없는 것”이라며 “빌게이츠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서비스이지 은행 그 자체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자본 시장에도 전당포, 사금융 등 쉐도우 뱅킹 서비스가 존재해 왔다는 게 임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이들이 조직화되며 체계화된 게 은행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미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고 ‘핀테크’가 ‘테크핀’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암호화폐는 크게 디지털 자산 형태로 영역이 확장되고, 기존 은행에 비해 무수히 많은 서비스가 출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산업 종사자들도 암호화폐 은행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판단했다. 허원호 한빗코 COO는 “디파이와 암호화폐를 이용한 투자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며 새로운 투자 수단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며 “당장은 먼 미래의 일로 보이기는 하나 언젠가는 암호화폐 은행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노윤주기자 daisyroh@decenter.kr

노윤주 기자
yjr0906@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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