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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에 803억 세금 부과한 국세청이 '과도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는?

암호화폐 거래로 손해 봐도 세금 납부
소득 지급자가 세금 대신 내는 '원천징수', "거래소가 소득 지급자?" 논란
암호화폐가 자산? "법적 성격 아직 정해지지 않아" 지적도

  • 박현영 기자
  • 2019-12-30 14:26:50
빗썸에 803억 세금 부과한 국세청이 '과도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는?
/셔터스톡

국세청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803억 원의 세금을 부과한 가운데 그 규모가 과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과세에 대한 법적 근거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또 국세청이 기획재정부 산하기관임에도 불구,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 방안을 마련 중인 기재부와의 불협화음도 발생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암호화폐 과세를 추진하려면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보고 내년 세법 개정안에 구체적인 과세 방안을 담기로 했다.

803억 세금 폭탄, 어떻게 나왔나
이번 국세청의 세금 부과는 원천징수에 관한 것이다. 원천징수란 소득을 지급하는 사람이 돈을 지급할 때 지급 받을 사람이 부담할 세금을 미리 떼고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국세청은 외국인 회원이 국내 거래소에서 얻은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고 보고, 이를 거래소가 원천징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소득 지급자로 본 것이다.

원천징수는 소득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국세청은 빗썸의 외국인 회원이 거래 차익, 즉 소득을 얼마나 얻었는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외국인 회원이 빗썸에서 출금한 금액 전체를 ‘기타소득’으로 보고 과세한 것으로 보인다. 기타소득이란 상금이나 복권당첨금, 사례금 등 다른 소득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기타 과세 대상을 의미한다.

소득세법상 내국인의 기타소득은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법령에 구체적으로 나열된 소득 종류에 대해서만 과세한다. 반면 외국인의 기타소득의 대상은 포괄주의로 ‘국내에 있는 자산과 관련하여 받은 경제적 이익으로 인한 소득 등’이라는 문구로 명시되어 있다. 암호화폐 거래 이익이 해당 문구에 해당이 된다고 본다면 과세가 가능하다. 내국인에게는 과세할 수 없지만, 외국인에게는 과세할 수 있는 이유다.

803억 원은 5년 치 세금을 합산한 결과다. 여기엔 과세 제척기간(5년)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소득 발생 시점 이후 5년이 지나면 ‘부과제척기간’에 따라 과세가 불가능하다. 이에 국세청은 앞선 사례가 없음에도 불구, 일단 과세를 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803억 과도하다” 지적 나오는 이유는?
빗썸에 부과된 세금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국세청은 외국인 회원이 출금한 금액 전체를 소득으로 봤다. 암호화폐 거래는 투자의 성격을 띠므로 이익을 볼 수도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이는 고려되지 않았다. 권인욱 세무사는 “원천징수는 소득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회원이 암호화폐 거래로 이익을 봤는지 손해를 봤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손해를 봤을 때에도 원천징수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소득 지급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원천징수는 소득을 지급하는 자가 이행해야 하는 의무다. 그러나 암호화폐 거래소는 단순히 거래를 중개하는 곳일 뿐 소득 지급자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

암호화폐가 화폐인지 자산인지 법적 성격이 정의되지 않은 시점에서 과세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소득세법상 외국인의 기타소득이 ‘국내에 있는 자산과 관련하여 받은 경제적 이익으로 인한 소득 등’으로 명시되어 있는 것을 미루어볼 때, 국세청은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판단했다. 국회에는 이를 규정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계류돼있지만 특금법 통과를 기다리기보다는 과세 제척기간을 고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빗썸은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7일 공시를 통해 세금 부과 사실을 알린 빗썸홀딩스 최대 주주 비덴트는 “빗썸이 이번 과세와 관련한 법적 대응을 계획하고 있어 최종 금액은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 ‘가상자산 과세 방침’과 혼선 빚을 가능성도
기획재정부는 암호화폐에 대해 과세하기 위해선 세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세청의 과세는 개정안보다 한 발 먼저 이뤄졌다. 향후 암호화폐 거래로 얻은 소득이 양도소득으로 규정될 경우 다소 혼란이 예상된다.

지난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가상자산 소득세 과세 방침을 정하고 내년 세법 개정안에 구체적인 과세 방안을 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소득세법이 개정되면 내국인도 암호화폐 거래로 얻은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거래가 주식시장의 거래와 비슷하게 이뤄진다는 점 △양도소득세 부과 시 양도 차액 구간별로 세율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양도소득 분류가 타당하다고 봤다.

권단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행정기관인 국세청의 결정이 입법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소급과세금지의 원칙에 따라 세법 개정 이전 소득과 개정 이후 소득이 다르게 분류될 수 있고 이 경우 혼선을 빚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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