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0’에는 4,400개 이상의 기술 기업이 참가했다. 이들 부스 중 단연 인기인 건 제품을 만져볼 수 있는 체험 부스들이다. VR(가상현실)로 낚시를 하거나 드론을 날려볼 수 있는 부스, 반려동물 로봇을 구경할 수 있는 부스에는 연일 관람객이 줄을 섰다.
이런 CES의 분위기는 블록체인 기업에게 진입장벽이 된다. 프로토콜이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대부분의 블록체인 기업들은 제품 형태의 블록체인을 보여주기 힘든 탓이다. 하지만 CES 2020에선 이 같은 진입장벽을 넘어선 블록체인 기업들이 등장했다. 블록체인 기반 장비를 선보이며 블록체인 기업 부스에서도 ‘만질 수 있는 재미’를 선사했다.
대표적인 기업은 펀디엑스다. 펀디엑스의 블록체인 휴대폰 ‘블록온블록(Blok on Blok, BOB)’은 CES 2020 이노베이션 어워즈에서 모바일 디바이스&액세서리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노베이션 어워즈는 CES 주관사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CES에 참가하는 기업들 중 혁신성이 뛰어난 기업에 상을 수여하는 대회다. 이노베이션 어워즈에서 수상한 기업들의 제품은 부스 외 별도 코너에 따로 전시되기도 한다.
BOB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휴대폰 상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중개자 없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휴대폰이다. 부스에서 BOB를 소개한 멜컴 코펠렌드(Melcom Copeland) 펀디엑스 글로벌 비즈니스 담당자는 “BOB를 만든 가장 큰 이유는 휴대폰 상 데이터에 대한 주권을 휴대폰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열린 CES 2020 사전 전시회 ‘CES 언베일드(Unveiled)’에서 관람객의 눈길을 끈 기업도 있다. 블록체인 기반 마켓플레이스와 연동되는 스마트워치인 ‘크립토워치(Crypto Watch)’를 개발한 워치스킨스(Watch Skins)다.
크립토워치는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NFT) 기반 마켓플레이스와 연동되는 스마트워치다. 워치스킨스가 개발한 마켓플레이스에선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의 디자인을 직접 만들고 이를 구매할 수 있다. 이용자가 디자인한 아이템 각각은 NFT가 된다. 그리고 이 디자인은 스마트워치에 바로 적용된다. 콜린 노크(Collin Knock) 워치스킨스 CEO는 “크립토키티 같은 NFT 기반의 마켓으로, 여러 스마트워치 디자인을 가지고 자신만의 컬렉션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혁신 스타트업 1,200여곳의 부스를 모아놓은 CES 2020의 핵심 코너 ‘유레카파크’에서 눈에 띈 기업도 있다. 블록체인 기반 공유기 ‘블록체인 라우터(Router)’를 개발한 맥스파워스(Max Powers)다.
블록체인 라우터는 분산형 파일 시스템 ‘IPFS’를 활용한 공유기다. IPFS란 중앙 서버와의 연결이 끊어지면 치명적인 HTTP 네트워크와 달리, 중앙 서버가 아닌 여러 노드들과의 연결을 통해 시스템을 유지하는 탈중앙화 네트워크를 말한다. 앤드리 유스케비치(Andrey Yushkevich) 맥스파워스 CEO는 “블록체인 라우터는 컴퓨터를 해킹으로부터 완전히 차단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CES 2020엔 비트코인 ATM, 카드형 암호화폐 지갑 등 암호화폐와 관련된 실물형 제품들도 전시됐다. CES 2020은 오는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다.
/라스베이거스=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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