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암호화폐로 얻은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암호화폐 과세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을 때 다수의 전문가는 양도소득으로 분류하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하지만 실제 정책은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암호화폐 과세 방안을 검토하는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내 주무 담당조직이 재산세제과에서 소득세제과로 바뀌었다. 재산소비세정책관 산하 재산세제과는 양도·증여세 등을 총괄하고, 소득법인정책관 산하 소득세제과는 근로·사업·기타소득세 등을 다루는 조직이다. 기재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 암호화폐 과세 방침을 담기 위해 지난해부터 검토 작업을 진행해왔다. 기존 작업을 맡은 곳은 양도소득세를 다루는 재산세제과였지만, 담당조직이 소득세제과로 바뀌면서 암호화폐 소득의 기타소득 분류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도소득이란 주식, 부동산 등 자본 성격의 자산을 보유한 개인이 자산의 가치 상승으로 얻은 이득을 말한다. 기타소득이란 상금이나 복권당첨금, 사례금 등 다른 소득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기타 과세 대상을 의미한다. 기타소득은 일시적, 불규칙적 소득이거나 노동 없는 불로소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산가치에서 비롯되는 양도소득과 대비된다.
이에 기재부가 암호화폐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한다면 암호화폐를 자산 성격을 약하게 보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당초 법률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거래가 주식 시장의 거래와 비슷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암호화폐는 자산 성격이 강하다고 봤다. 따라서 기재부가 암호화폐 소득을 양도소득으로 분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지만, 기재부의 방침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기타소득은 소득 종류별로 차이는 있지만, 보통 소득에서 60%의 필요경비를 공제한 뒤 나머지 금액에 20% 원천징수세율을 부과한다. 반면 양도소득세는 양도차액 구간별로 세율을 달리 부과한다. 양도소득으로 과세할 경우 소득 차이를 반영할 수 있어 더 공정한 과세가 가능하지만, 기재부는 원천징수의 편의성을 우선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원천징수란 소득을 지급하는 사람(원천징수의무자)이 돈을 지급할 때 지급 받을 사람이 부담할 세금을 미리 떼고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국세청은 원천징수의무자로부터 한 번에 세금을 받으면 된다.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를 원천징수의무자로 본 사례가 나오면서 기타소득세 원천징수 방안에 더 힘이 실렸다. 국세청은 거래소 빗썸을 원천징수의무자로 본 뒤 빗썸 외국인 이용자의 암호화폐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 빗썸으로부터 간접적으로 세금을 거둔 바 있다. 권단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암호화폐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한 뒤 거래소로부터 소득세를 원천징수할 경우, 납세자의 신고가 필요한 양도소득세보다 과세의 편의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가 산정 문제에도 일일이 손을 대지 않아도 된다. 암호화폐 소득을 양도소득으로 보려면 자산의 가치가 상승했는지, 상승했다면 얼마나 상승했는지 볼 수 있는 근거 자료가 필요하다. 암호화폐 취득 가격(매수 가격)과 양도 가격(매도 가격) 간 차익을 계산해 이에 대해 과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로부터 암호화폐 거래 내역을 모두 받아야 하며 암호화폐의 기준 시가도 산정해야 한다. 거래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반면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면 최종 거래 금액을 양도 금액으로 보고 필요경비를 뺀 뒤 과세하면 된다.
또 암호화폐 거래소가 원천징수의무자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국세청이 빗썸에 세금을 부과했을 당시 암호화폐 거래소가 ‘소득 지급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원천징수는 소득을 지급하는 자가 이행해야 하는 의무다. 그러나 암호화폐 거래소는 단순히 거래를 중개하는 곳일 뿐 소득 지급자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 박현영 기자
- hyun@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