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산업 종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듣게 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매스어답션(Mass adoption)’이다. 매스어답션은 주로 제공하려는 서비스가 대중에게 받아들여지고 일상에 스며드는 상황을 말할 때 사용된다.
블록체인 산업에서 매스어답션은 많은 프로젝트의 목표이자 이상향이다. 그러나 매스어답션이 무엇인지 분명히 정의하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는 높은 일일 유저 수를 떠올리기도 하며, 누군가는 실제 사용경험을 얘기한다. 자주 사용되지만, 정의조차 불분명한 매스어답션, 그것에 대해 알아봤다.
글로벌 로펌 링클레이터스의 디지털 자산 책임자 조슈아 클레이먼(Joshua Ashley Klayman)은 보다 구체적으로 매스어답션을 설명한다. 그는 코인텔레그래프 인터뷰를 통해 “개인이 디지털 자산에 대한 이해 없이도 암호화폐에 접근하고, 구매하고, 보관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매스어답션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선 일상에서 상품과 서비스의 대가를 암호화폐로 지불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가 보편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승진 두손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블록체인은 인터넷과 자주 비교되지만,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직감적으로 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알고 있었으므로 매스어답션을 외칠 필요가 없었다”며 “블록체인은 뚜렷한 사용처보다 기술이 먼저 나온 특수한 배경을 갖고 있어서 프로젝트들이 지금도 ‘블록체인을 어디에 쓸지’에 대해 고민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매스어답션이 비단 블록체인 산업만의 과제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다날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페이프로토콜’을 담당하는 김영일 팀장은 “서비스 측면에서 보았을 때 블록체인이든 아니든 스타트업이 대중화를 이끌어 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스타트업의 성공 이면에는 수많은 실패사례가 숨어 있기에 굳이 블록체인이라는 이유로 대중화를 더 어렵게 보거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류영훈 파운더는 “블록체인은 검열저항성과 탈중앙성이라는 가치를 담고 태어난 기술이지만, 그 필요성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대중의식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블록체인 철학이 통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디앱이 성공하려면 서비스의 자체적인 기능이 일반 앱보다 월등히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크립토 전문매체 루노 퍼블리케이션(Luno publicoation)은 매스어답션이 발생하기 위한 조건으로 “다수가 느끼는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명확하고, 피부에 와 닿는 실제 사례를 제시할 것”을 꼽았다. 즉, 현재 블록체인 기술이 대중화를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다수의 불편함’이 아닌 ‘소수의 필요성’으로만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스위스 소재 암호화폐 거래소 셰이프쉬프트(ShapeShift)의 에릭 부어히스(Erik Voorhees) 대표는 코인텔레그래프 인터뷰를 통해 “암호화폐가 가치저장의 수단으로 받아들여질 때의 매스어답션과 결제수단으로써 사용되는 매스어답션에는 차이가 있다”며 “매스어답션을 명시할 때는 구체적인 사용사례를 제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일 페이프로토콜 팀장도 이 같은 의견에 힘을 실었다. 김영일 팀장은 “매스어답션이 디앱 서비스의 대중화를 의미하는 것인지, 철학을 담은 블록체인 기술 자체의 대중화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매스어답션은 화자의 목적에 맞게 해석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석기자 ch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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