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2.0’이 나오든 나오지 않든, 이더리움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게 목표인 기업이 있다. 덕분에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에게도 “눈에 띄는 한국 블록체인 기업”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목표가 뚜렷하므로 개발을 멈추는 일은 없다. 블록체인 산업의 열기가 식은 상황에서도 상시채용의 문은 늘 열어둔다. 국내 블록체인 개발 기업 ‘온더(Onther)’ 이야기다.
20일 디센터와 만난 정순형 대표는 “개발 이전에 이론적 측면에 먼저 접근해야 한다”며 “이더리움 커뮤니티는 기술 개발 중심의 커뮤니티가 됐지만, 커뮤니티 최전선에 있던 사람들은 탈중앙화라는 가치와 이론에 대해 고민했다”고 전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철학적, 정치적, 경제적 요소가 모두 담긴 기술이기 때문에 블록체인 분야를 발전시키려는 사람들은 모두 연구자, 철학자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개발자 이전에 철학자가 된 덕분일까. 정 대표는 “블록체인에 뛰어들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암호화폐 가격이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는 사실도,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식을 것이라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정 대표는 “블록체인 산업에 많은 사람이 들어오고 또 나가는 등 업계가 어지러웠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주는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선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다”며 “이 산업에 꾸준히 종사하는 플레이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할 일을 하면 된다” “온더는 그중 하나”라고 밝혔다.
플라즈마는 확장성 부족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더리움 메인 체인에서 일어나는 거래량을 차일드 체인(Child Chain)으로 분산하는 시스템이다. 메인 체인에는 모든 거래량이 아닌, 요약된 거래 기록만 담는다. 다만 메인 체인만 쓰는 것에 비해 기능적 제약이 있다. 기존 플라즈마에선 토큰 전송 등 거래 처리는 가능했지만, 이더리움 메인 체인처럼 디앱을 구동할 순 없었다. 온더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 이더리움의 확장성을 개선하면서도 디앱까지 개발할 수 있는 플라즈마인 토카막 네트워크를 개발했다.
정순형 대표는 “이더리움 입장에선 플라즈마도 디앱 중 하나”라며 “토카막 네트워크는 이더리움 디앱을 위한 디앱이 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디앱은 각각의 블록체인에서 동작하면서 토카막 네트워크 프로토콜을 통해 이더리움 메인체인에 연결된다. 이더리움 생태계에 포함되면서도, 부족한 확장성이나 속도 탓에 이더리움에서 하지 못했던 서비스들은 각자의 체인에서 구동할 수 있게 된다. 정 대표는 “디앱들은 토카막 네트워크를 통해 큰 용량의 데이터도 올릴 수 있다”며 “이더리움 버전의 구글 드라이브도 탄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카막 네트워크로 서비스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디앱의 예로는 메이커다오를 들었다. 정 대표는 “메이커다오가 ‘MCD(다중 담보 다이)’를 출시했음에도 아직 많은 암호화폐를 담보로 받지 못하는 이유는 이더리움 플랫폼에 제약이 있기 때문”이라며 “토카막 네트워크로 서비스를 더 활성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이커다오는 이더리움(ETH), 베이직어텐션토큰(BAT) 등 암호화폐를 담보로 스테이블코인 다이(DAI)를 발행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토카막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개발됐으면 하는 디앱의 종류로는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디앱을 언급했다. 정 대표는 “디파이 서비스들이 최근 퍼블릭 블록체인의 중심에 있다”며 “디파이 서비스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외부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탈중앙화 독립 생태계를 구축한 서비스들이 토카막 네트워크로 도움 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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