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형제들이 나란히 반감기 이슈를 맞았다. 비트코인캐시(BCH)와 비트코인SV(BSV)가 각각 8일, 10일에 반감기가 진행되며 채굴 보상이 반으로 줄어든다. 공급이 줄어들면 물가는 오른다. 수요가 이어진다는 전제만 유지된다면 말이다. BCH와 BSV의 부모나 다름없는 비트코인(BTC)은 두 번의 반감기를 지나며 결과적으로 10배가 넘는 가격 상승 폭을 보였다.
단정하긴 이르다. 돌이켜보면 BTC 가격 상승에는 반감기 이외에도 수많은 요인이 작용했다. 아무리 BCH·BSV가 비트코인에서 뻗어 나온 형제라 할지라도, 반드시 BTC의 가격 상승을 추종하리란 보장도 없다. 첫 번째 반감기를 지나고 있는 BCH와 BSV. 지금 사도 괜찮은 걸까?
BCH는 어떨까. BCH는 지난 8일 반감기를 거치며 단기적 가격 상승세를 보였다. 코인마켓캡 기준 BCH는 9일 8시 30분 6.3% 올라 267.33달러에 거래됐다. BSV는 더욱 큰 폭으로 올랐다. 오는 10일 반감기를 앞두고 BSV는 같은 날 8시 30분 기준 17% 상승해 217.52달러에 거래됐다. 만약 BCH와 BSV가 BTC의 뒤를 따른다면 두 코인의 가격은 수 배 이상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코인메트릭스(Coin Metrics)는 보고서를 통해 “채굴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BCH·BSV 채굴자가 BTC를 채굴할 경우 최소 한 달은 블록 보상을 더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감기가 BCH·BSV 가격 하락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여기에서 나온다. 만약 다수의 BCH·BSV 채굴자가 보상이 더 높은 BTC 풀로 옮겨가면 이전에 채굴해뒀던 두 코인의 매물이 대량으로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BTC의 반감기가 가격을 견인했던 사례를 BCH·BSV에 그대로 대입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암호화폐 데이터 공시사이트 쟁글은 보고서를 통해 “과거 BTC 반감기는 단순한 수요공급 법칙에 의해 가격 폭등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비트코인은 전통 금융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영향을 받고 있기에 단순 수요공급 법칙에 의해 (가격이) 움직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2017년 당시 투기 열풍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BTC의 특수한 배경을 BCH·BSV에도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해석이다.
그래서 지금 사야 할까, 말아야 할까?
로저 버(Roger Ver) 비트코인닷컴 대표도 “반감기가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사건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반감기라는 사건이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이벤트가 아니라, 메인넷 생태계가 출범하면서부터 예정된 진행 상황에 가깝기에 드라마틱한 가격 변수를 만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일부 암호화폐 매체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암호화폐 미디어 뉴스BTC는 “BCH 가격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BCH 생태계 내에 활성화된 사용자를 갖추고 있다거나, 거래에 적극적인 트레이더들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조재석기자 ch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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