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前) 중국은행 부총재가 중국 인민은행이 추진 중인 디지털화폐(DCEP)가 본원통화(M0) 외에 M1·M2(협의 및 광의 통화) 등 가능한 한 모든 통화를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사회에 DCEP 단일 장부를 구축해 운용 효율성을 높이자고도 제안했다.
◇”DCEP, 모든 통화 대체해야”
8월 3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왕융리 전 부총재는 SNS에서 “중국 인민은행 디지털화폐(DCEP·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가 M0 혹은 시중에 유통 중인 현금을 대체하는 데에서 시작할 수는 있으나 여기에 국한해선 안 된다”며 “M1이나 M2 등 모든 통화에 전방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투입·산출 실효성에도 중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민은행은 기존 금융 질서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DCEP의 주된 기능을 M0에 국한했다. DCEP 유통 방식은 중앙은행-시중은행, 시중은행-국민의 이중 레이어 구조를 채택한다는 입장이다. 이 역시 DCEP가 시중은행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아직까지 인민은행은 구체적인 운영 방침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왕 전 부총재는 정부가 DCEP 기반 통화정책을 통해 유동성 함정(현금 공급량이 많은데도 기업 생산, 투자, 가계 소비가 늘지 않는 현상)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경기 미세조정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DCEP가 ‘디지털화폐 존(zone)’을 조성해 정책상 외부 간섭을 줄이고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DCEP 단일 장부 만들자”
왕 전 부총재는 모든 사회 주체가 DCEP 플랫폼 상에 ‘기초계좌’을 개설할 것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사용자의 모든 수취·지불 내역과 잔액이 낱낱이 기록된다. 단, 잔액의 경우 데이터로만 활용되며 금융 상품이 아닌 화폐에 불과하기 때문에 따로 이자가 붙지는 않는다. 또한 사용자는 시중 금융기관에서 예·적금 등 금융 서비스를 받기 위한 용도로 ‘업무(전용)계좌’를 만들 수 있다. 사용자의 금융 업무는 대부분 여기서 이뤄지며 중앙은행이 직접 관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업무계좌는 기초계좌와도 연동된다.
이런 방식으로 중앙은행의 기초계좌와 상업은행 등 금융기관의 업무계좌가 양립하도록 하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를 통해 기존 금융기관의 역할이 대폭 축소되는 걸 막고, 중앙은행은 디지털화폐의 현황과 분포도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전 사회에 단일한 DCEP 장부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다.
◇”아직은 현금 수요 있어… 보안도 불안”
그의 주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하이 소재 디지털르네상스재단 차오인 이사장은 2일 글로벌타임스에 “노년층을 비롯한 일부 계층에서 여전히 현금 수요가 있다”며 DCEP가 당장 모든 현금을 대체하는 건 성급한 논리라고 반박했다. 또한 그는 DCEP가 통신 기술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현금보다 보안에 훨씬 취약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모든 계층이 디지털화를 수용하고 해킹 위협에서 자유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DCEP 도입 방식에 대해선 자체 인터페이스를 구축하기보단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등 이미 인프라를 갖춘 결제 플랫폼을 빌려 쓰는 게 더 낫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술적 측면에서 인민은행이 DCEP용 인터페이스를 구축할 수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알리·위챗페이처럼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들과 제휴하는 게 더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조인디와 계약을 맺고 게재한 기사입니다.(원문 기사 보기☜)
/조인디 권선아 기자
- 정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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