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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기자의 한 주 정리] 암호화폐 과세안 통과시킨 국회의원들, 이제와 말 바꾸기?



요즘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암호화폐가 자주 거론됩니다. 정부에서 투자자 보호 방책을 마련할 계획은 없지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거둔 소득에 세금은 매기겠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말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는 겁니다.

지난해 중순 정부가 세법 개정안을 내놨을 때 업계에선 세금을 매기면 투자자 보호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엔 귀 기울이지 않더니 최근엔 왜 이렇게 입장을 바꾼 걸까요?

한 주 간 뉴스를 콕 집어 정리해 드리는 도기자의 한 주 정리입니다.



암호화폐 과세안 통과시킨 국회의원들, 이제와 말 바꾸기?

양향자 더불어민주당의원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가상화페 과세 유예 필요합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확실한 것은 자산가치가 없는 곳에 세금을 걷겠다고 하는 것에 동의하기 힘들다는 것”이라며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과세를 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제대로 된 준비가 먼저”라며 “준비 없이 과세부터 하겠다고 하면 시장의 혼란만 커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최근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암호화폐 과세안에 대해 국민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지적을 했습니다. 그는 지난 2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게 투기고 가상자산의 가치가 없다고 하는데 기획재정부는 세금을 매기겠다는 거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기획재정부의 입장과 명확히 선을 긋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반전이 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세법 개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같은 해 12월 의결됐는데요. 양향자 의원과 이광재 의원은 바로 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소속돼 있습니다.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장본인들이 이제 와서 비판을 하고 나선 겁니다.

왜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꿨는지는 최근 여론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는데요. 이 게시물은은 29일 오후 4시 기준 약 14만 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에서 암호화폐 투자를 ‘투기’로 단정짓고,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이 가르쳐줘야 한다”는 발언을 하자 2030세대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겁니다.

이처럼 민심이 들고 일어나자 정치인들이 이를 기회로 삼고, 표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비판적 발언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홍준표 무소속 국회의원,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정치인들도 한마디씩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데요. 내년 대선을 앞두고, 2030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정치인들이 암호화폐 이슈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문제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철학 없이 표를 얻기 위해 단발성 발언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3년 전 암호화폐 광풍을 겪고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담당할 주무부처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대중의 관심이 암호화폐로 쏠린 만큼,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 이제 부터라도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하길 기대합니다.

/도예리 기자 yeri.do@
도예리 기자
yeri.d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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