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산운용사들은 비트코인ETF 승인 신청을 활발하게 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감감 무소식입니다. 이상하게 국내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ETF 신청을 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데요. 왜 그런 걸까요? 금융 당국이 금융기관의 암호화폐 투자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입니다. 자산운용사들은 암호화폐를 활용한 투자 상품을 개발하기 어려웠던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를 무력화하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한국판 비트코인ETF가 나오는 걸까요? 자세한 내용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주 간 이슈를 콕 집어 정리해 드리는 도기자의 한 주 정리입니다.
지난 14일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법안은 ‘가상자산 거래 및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과 연계 발의됐습니다.
법안 내용은 4쪽으로, 간결하게 구성돼 있습니다. 골자는 집합투자기구의 투자 대상 자산으로 가상자산을 포함한다는 겁니다. 이 내용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권 의원이 이 법안을 추진한 배경과 목적을 살펴봤습니다.
권 의원은 “2021년 상반기 국내 20개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된 가상자산은 2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상자산의 주먹구구식 상장과 폐지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들에게 전가돼 사회, 경제적 파장이 커지고 있으나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상장에 관한 기준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산운용사의 암호화폐 투자를 허용하는 법안을 내놨다는 겁니다. 기존과는 다른 접근 방식인데요.
거래소들의 모호한 상장 및 상장폐지 기준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보통 관련 제도를 마련해 금융 당국이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옵니다. 강민국 국민의 힘 의원이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이 대표적이죠. 이 법안에는 아예 금융위원회에 가상자산심사위원회를 두고 가상자산을 발행할 때 정부 승인을 받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그런데 권 의원은 규제일변도 방식은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꼬집습니다. 그는 “가상자산 상장에 대한 엄격한 기준마련은 신생기업의 싹을 자르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대신 권 의원은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해 시장의 자정작용을 이끌어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보다 전문적인 검증이 이루어 지면 시장 논리에 기반해 자율적 상장관리 및 가상자산에 대한 자정적 평가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겁니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사실 그간 국내 금융회사는 정부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암호화폐 투자를 할 수 없었습니다. 명문화된 규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지난 2017년 금융위가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투자를 전면 금지시켰기 때문입니다. 법안이 제정된다면 국내 자산 운용사도 비트코인이 포함된 펀드 등 투자상품을 개발해 판매할 가능성이 생기게 됩니다. 기관투자자가 진입해 암호화폐 시장이 커지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죠.
실제 금융권에선 발 빠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 가운데 하나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 모두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에 진출했습니다. 기관투자자의 암호화폐 투자가 증가할 것에 대비해 선제적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권 의원이 발의한 제정안은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4개의 암호화폐 관련 법과 함께 소위에 직접 회부돼 심사될 예정입니다.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실제 암호화폐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가 됩니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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