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예치·운용 서비스 1위 업체인 ‘델리오’가 고객 출금을 중지한 지 3주가 지나서야 금융당국이 심층 검사에 착수했다. 가상자산 예치업체들이 잇따라 고객 출금을 막을 때 ‘권한 밖’이라며 선을 그었던 당국이 태세를 전환한 것을 두고 ‘뒷북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이달 3일부터 델리오에 직원 10여 명을 급파해 집중 검사를 벌이고 있다. 델리오는 금융위원회로부터 가상자산 이전 및 보관·관리업에 대한 신고 수리증을 교부받은 등록 가상자산사업자(VASP)다. 델리오는 비트코인 등을 맡기면 연 10% 이상 이자를 주는 예치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지난달 14일 돌연 고객들의 출금을 막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검사에 대해 “특정금융정보법 상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위반했는지 점검 중”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델리오 영업 전반을 모두 훑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당국이 뒤늦게 델리오의 지갑(보관) 서비스 ‘볼트’의 문제를 파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볼트는 시중 은행의 자유입출금 통장과 비슷한 개념으로, 델리오의 예치 상품에 가입하려면 우선 코인을 볼트에 넣어야 한다. 출금 중단은 볼트에서 이뤄졌는데, 이때 예치 이용자 뿐만 아니라 단순 지갑 이용자까지 출금이 막혔다. 한 투자자는 “피해자 30% 정도는 단순 지갑 이용자”라며 “델리오 보관 사업에 VASP를 준 당국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FIU는 VASP의 자금세탁방지에 국한해 감독한다는 입장이지만, 그간 당국이 VASP를 지렛대 삼아 가상자산업체의 업무 전반을 관리해왔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실제 금융위는 지난 2021년 VASP 신고제를 시행하며 신고 심사·검사 과정에서 출금지원 등 이용자 보호 노력도 함께 살펴보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FIU가 고팍스의 VASP 변경신고 수리를 넉 달 이상 지연시키는 것 역시 자금세탁 외 부분을 본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델리오가 최초 VASP를 받을 때와 달리 지난해 6월부터 지갑 이용자에게도 연 3%를 주는 저금리 운용상품으로 변칙 영업한 것에 대해 1년간 FIU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 역시 관리·감독 부실이라고 지적한다. 김동환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특금법에서 정한 사업이 아닌 예치·대체불가토큰(NFT)·탈중앙화금융(DeFi) 등 사업도 VASP 신고 시 사업 계획서에 기입한다”며 “당국이 (델리오의) 서비스 변경 사실을 살펴 볼 기회는 충분했다”고 말했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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