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업계는 변화 속도가 빠르다. 새로운 용어와 개념이 혜성처럼 나타나 업계를 뒤흔들었다가 금세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흐름을 읽기 위해 지속적 공부가 필요한 이유다. 특히 투자자라면 리서치는 필수다. 오죽하면 ‘스스로 공부하라(DYOR, Do Your Own Reasearch)’라는 문구가 업계 격언으로 통용될 정도다. 이제 10개월 남짓된 스타트업 포필러스는 가상자산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풀겠다는 포부로 설립됐다.
지난 달 27일 서울 강남구 해시드 라운지에서 만난 김남웅 포필러스 대표는 “보통 다른 기술 분야는 B2B 관점에서 리서치에 대한 수요가 높지만, 블록체인은 투자와 맞물려 있는 산업이기에 B2C 관점에서도 리서치가 필수”라고 말했다. 관련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은 물론이고 특정 프로젝트에 투자를 하려는 투자자도 리서치를 거쳐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씬에서 어떤 사업을 하든 간에 리서치가 기반이 돼야 한다고 봤다”고 전했다. 리서치를 통해 트렌드를 꿰뚫고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프로젝트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포필러스가 리서치 구독 모델을 첫 사업 아이템으로 택한 이유다.
포필러스는 국내 다수 기업을 포함해 많은 개인 투자자가 리서치를 구독할 것이라는 가설로 유수 벤처캐피탈(VC)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창업한 지 한 달여 만에 카카오벤처스, 해시드, 베이스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7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리서치 구독만으로 확실한 수익 모델을 구축하기는 힘들었고, 지난해 말 서비스를 접었다. 김 대표는 “메사리 등 전세계에서 유명한 가상자산 리서치 기업과 소통하면서 리서치 구독이라는 비즈니스 모델로는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김서준 해시드 대표가 투자를 결정할 당시에 포필러스가 리서치를 잘하는 회사라는 점을 인정하지만 리서치만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면서 “그는 이미 몇 수 앞을 내다본 셈”이라고 밝혔다.
포필러스는 리서치 역량을 발판 삼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리서치를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 서로 납득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토론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는 포필러스의 지분 구조가 뒷받침한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대표가 과반이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조직의 성장을 주도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포필러스는 공동 창업자들이 대체로 고르게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김 대표가 독단적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은 합의의 프로토콜이고, 포필러스도 충분한 합의를 통해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러한 철학을 지분 구조에 고스란히 반영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포필러스에 앞서 a41의 공동 창업자였다. 투자사로 시작한 a41은 밸리데이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지난 2022년 시드 단계 투자에서 총 150억 원을 유치했다. a41은 승승장구했지만 김 대표는 아직 창업자로 덕목이 부족하다는 점을 깨닫고 퇴사를 결심했다. 그는 “당시에는 창업자로 활동하기에 개인의 자아가 지나치게 강했다”고 평가하며 “제대로 된 창업자의 마음가짐으로 임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포필러스가 첫 번째 창업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그는 체인 간 연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체인 추상화, 메타 출신이 개발한 수이·앱토스 블록체인의 확장성 개선 방식 등을 올해 주목할 분야로 꼽았다. 김 대표는 “리서처 입장에서 메타 등 웹2에서 사용자에 집착하는 마음을 가진 전문가들이 웹3로 진입하면서 블록체인 성능이 압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서치 회사 강점을 살려 업계에서 확실하게 수익을 내는 모델을 찾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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