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가격이 연일 급등하자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기업도 몸집을 불리고 있다. 해외 커스터디 기업도 국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다만 국내 커스터디 시장이 커지려면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허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커스터디 기업 한국디지털에셋(KODA)은 30억 원 규모의 증자를 받을 예정이다. 이는 KODA 자본금의 약 2배로 증자 대상 기업은 알려지지 않았다. KODA는 KB국민은행이 블록체인 기술기업 해치랩스,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와 만든 합작법인이다.
이번 증자는 올해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 신고를 앞두고 기업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진석 KODA 대표는 “커스터디 기업은 기업이 자금을 맡기기 때문에 재무구조가 특히 중요하다”고 전했다. 기업이 이용자의 자산을 위탁해야 하는 만큼 재무구조가 탄탄한 커스터디 기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가상자산 시장 활황으로 기업의 커스터디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KODA의 지난달 총 수탁고는 8조 원을 돌파했다. 반년 동안 247% 증가한 수치다.
해외 기업도 국내 커스터디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미국 가상자산 커스터디 기업 파이어블록스는 이달부터 국내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국내 금융 인프라가 탄탄하고 기업들이 신기술에 거부감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투자한 커스터디 기업 빗고는 지난해 9월 국내 시장 진출을 노리고 하나은행과 협력했다. 빗고는 올해 국내 법인을 설립하고 하반기부터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커스터디 기업이 국내에서 몸집을 키우려면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금융당국이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커스터디 기업 고객사 대부분이 가상자산 발행사인 배경이다. 은행도 직접 커스터디 사업에 나서기보다 지분 투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커스터디 기업으로선 기관 고객을 유치해야 수익을 다각화할 수 있다. 조 대표는 “개인투자자 대상으로 커스터디를 하면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게 맞다”며 “법인 투자가 열리면 커스터디 시장도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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