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리 씨가 기자 시절 해외 다수 프로젝트로부터 무상으로 가상자산을 지급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상상만으로 아찔했다. ‘드러났다’는 표현은 문장이 내포한 부정적 의미를 강화한다. 그러나 맥락이 배제된 문장은 진실이라 보기 어렵다. 가상자산 산업의 맥락을 무시한 반(反)가상자산 정서 역시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무상으로 가상자산을 지급받았다’는 사실은 그저 ‘에어드랍’에 참여했다는 의미일 뿐이다. 에어드랍은 프로젝트가 진행하는 마케팅 이벤트다. 사용자가 소셜미디어 계정을 팔로우하거나 자산을 스테이킹하는 등 프로젝트의 조건에 따르면 특정 시기에 무상으로 토큰을 지급한다. 에어드랍이 유행하면서 ‘에드작(에어드랍 작업)’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주요 프로젝트의 에어드랍을 챙기며 수익을 내는 행위다. 불법 프로젝트가 아닌 한, 기업 등의 경품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정계에서는 매우 수상한 이력으로 취급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불필요한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정계에 진출하고 싶지 않다는 취재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저 에드작을 했다고 논란의 중심에 서고 싶지는 않았다.
이러한 심리 때문인지, 업계 관계자들은 산업을 대변할 스피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직접 목소리를 내는 데는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김남국 의원 사태로 한껏 움츠러든 모양새다. 당시 김 의원은 업계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탈중앙화거래소(DEX)에서 거래를 했다는 이유로도 비판을 받았다. ‘사설 거래소’에서 ‘비상장코인’을 거래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업비트, 빗썸 등 중앙화된 거래소가 아닌 DEX에서도 거래는 활발하게 일어난다. 18일 오후 5시 21분 디파이라마 기준 DEX의 최근 24시간 거래량은 약 91억 3800만 달러(약 12조 1885억 원)를 기록했다. DEX를 포함해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서비스는 가상자산 산업의 주요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주식으로 따지면 장외 거래소(OTC)에서 비상장 주식을 거래한 것과 비슷하다. 정치권은 김 의원을 공격하며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준 셈이다.
정치권의 가상자산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은 이번 영입인재 결과에서도 엿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자 출신인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을 영입했다. 여기에 맞서 국민의힘은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인 한정민 후보를 내세웠다. 이밖에도 기후변호사, 외교전문가, 영화평론가 등 다양한 분야 현장 전문가가 영입인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가상자산 전문가는 찾아볼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업 진흥책을 담을 가상자산 2단계 법안 마련이 시급한데, 총선 이후 국회에서 이 분야를 담당할 전문가를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전문가가 부재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산업을 진흥할 공약을 기대하긴 어렵다. 여야가 잇따라 내놓은 가상자산 관련 공약은 단기적 표심잡기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국회에서 잘 모르면 차라리 가만히 놔뒀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다. 어설픈 법안으로 산업을 고사시키지 말아 달라는 간곡함이 담겼다. 비전문가가 법안을 만들고, 가상자산 관련 비판을 쏟아내고, 위축된 전문가들이 입을 다무는 무지의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내야 할 때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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