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편에서 이어집니다)
기자는 지난 4월 말 코인리딩방에서 한국어 홈페이지를 열고 한국인을 상대로 각종 이벤트를 홍보하던 미신고 거래소 A를 금융당국에 신고했다. 해외 거래소가 △한국어 서비스 지원 △한국인 대상 마케팅·홍보 △원화거래·결제 지원 등의 요건에 해당하면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신고해야 한다. 미신고 거래소 신고 절차는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가 접수한 제보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제출하면 FIU가 검토한 뒤 조치하는 방식이다.
신고는 어렵지 않았다. 닥사 제보 메일로 미신고 거래소 활동 증빙 자료를 제출하면 됐다. 홈페이지 주소 등 미신고 거래소 정보, 미신고 거래소 활동 정황을 증명할 사진, 의심 사유를 적어 보냈다. 4일 뒤 “제보가 접수됐으니 내부 절차에 따라 처리될 예정"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얼마 뒤 A거래소에서 연락이 왔다. A거래소는 “코인리딩방 기사를 보고 연락했다”며 “리딩방 운영자가 거래소를 이용하도록 연결한 파트너의 거래소 이용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또 본사 측에 유사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도 요청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이후 A거래소의 한국어 지원 홈페이지는 굳게 닫혀있었다. 금융당국이 조치했나 싶어 당국에 문의했으나 아직 기자의 제보는 검토 중이었다. A거래소 측은 “한국어 홈페이지 접속이 안 되는 건 파트너에 대한 (접근 방지) 조치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A거래소가 사태를 인지하고 문제를 해결할 동안 금융당국에선 미동도 없던 셈이다. 신고 후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제보에 대한 어떤 피드백도 받지 못했다.
금융소비자연맹 피해구제참여 게시판에는 한 달에 약 3건의 피해가 계속해서 올라온다. 집계되지 않은 피해 사례는 훨씬 많을 것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지난해 9월부터 네 달 동안 접수한 리딩방 불법행위는 1452건으로 피해액만 1266억 원이다. 경찰대학교 치안정책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치안전망 2024’에 따르면 올해 리딩방을 통한 악성 사기가 살인, 강도 등 5대 강력 범죄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리딩방은 수많은 미신고 거래소가 활개치는 무법천지다. 만약 A거래소가 먼저 조치하지 않았다면 당국의 늑장 대응으로 피해자는 불어났을 것이다. 코인과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것임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사기꾼들에게 기술 발전은 ‘사기술’의 발전이었다. 코인이 우리 삶 속에 들어온 지도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정부도 코인리딩방 진입 규제 등을 마련하고 신고에 적극 대응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
-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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