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입니다. 재상장 사례는 페이코인(PCI)과 위믹스(WEMIX) 밖에 없습니다.”
빗썸 관계자에게 ‘상장 폐지가 된 다른 가상자산도 앞으로 상장 폐지 사유를 해소하면 재상장이 가능할지’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두 건뿐인 재상장 사례로 빗썸의 상장 정책을 규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빗썸은 지난 15일 PCI를 재상장했다. 상장 폐지 1년 3개월여 만에 결정을 번복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일(7월 19일) 사흘 전에 PCI를 재상장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논란을 의식해 서둘러 상장을 한 모양새다. 빗썸은 “(PCI의) 거래지원 종료 사유가 해소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난해 12월 WEMIX를 1년여 만에 재상장할 때도 같은 이유를 내밀었다. 매번 같은 사유를 들이밀면서도 이들 사례는 ‘특별한 케이스'라는 것이 빗썸 입장이다.
통상적으로는 다양한 사례를 기반으로 원칙을 도출하는 게 합당하다. 그러나 가상자산 거래소는 먼저 상장의 원칙을 정립하고 움직여야 하는 주체다. 거래 지원 결정도 이미 정해진 상장 정책에 근거해야만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 터이다. 그래야 할 거래소가 오히려 사안마다 경우가 다르다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주장했다. 상장 정책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빗썸의 상장 정책은 도마 위에 자주 오른다. 최근에도 가상자산 프로젝트와 법적 분쟁을 지속하고 있다. 법원은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주며 빗썸의 상장폐지 결정 사유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거래소와 프로젝트 간 분쟁에서 프로젝트 편을 들어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빗썸의 상장 정책이 부실하다는 방증이다.
빗썸이 손바닥 뒤집듯 결정을 바꾸면서 투자자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거래소의 상장 공지 하나에 가상자산 가격은 반토막이 나기도, 100% 치솟기도 한다.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인 만큼 납득할 만한 ‘일반적’ 상장 원칙부터 정립한 뒤 신중한 행보를 보여야 할 것이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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