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계열사 SK플래닛이 웹3 사업을 축소하는 모양새다. SK그룹이 인공지능(AI)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블록체인 관련 투자가 후순위로 밀린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플래닛은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웹3 태스크포스(TF)를 해체하고 소속 인력을 기존 사업부로 재배치했다. 아발란체 기반 가상자산 지갑 ‘업튼 스테이션’의 운영 인력도 OK캐쉬백 사업부로 이관됐다. 이는 최근 SK텔레콤이 웹3 전담 조직을 없앤 데 이어 나온 결정이다.
SK플래닛은 지난 2023년 6월 OK캐쉬백에 NFT 멤버십을 추가하며 블록체인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NFT 멤버십 서비스 '로드투리치'와 가상자산 지갑 업튼 스테이션을 선보였다. 당시 이한상 SK플래닛 전 대표는 이를 "24년된 OK캐쉬백의 리브랜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심차게 시작한 웹3 사업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약 1년 6개월 만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특히 SK플래닛은 지난해 11월 블록체인 프로젝트 모카버스와 맺은 전략적 파트너십도 축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양사는 OK캐쉬백을 비롯한 SK플래닛의 주요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으나, 실제 협력 범위는 마케팅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양측의 입장 차도 드러났다. 모카버스 관계자는 "SK플래닛과 현재도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으나, SK플래닛 측은 “현재로서는 웹2 차원의 마케팅 협력 중심”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향후 단계적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조직 개편이 최근 SK그룹의 사업 전략 변화와 맞물린 것으로 해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AI 열풍에 따라 투자 방향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웹3 사업이 재검토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에 대해 "성장 모멘텀 확보를 위한 서비스별 책임 강화와 조직 효율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각 서비스별 기획·사업 영역과 개발 간의 연계·협업을 강화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관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향후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기반으로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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