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의 위믹스(WEMIX) 유동화 방식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에코펀드와 피투자사를 통한 간접 매도도 유동화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장현국 전 부회장 측은 거래소 직접 매도만 유동화라고 맞섰다. 증인으로 참석한 오상록 하이퍼리즘 공동대표는 “위메이드가 피투자사의 즉시 유동화 사실을 알았을 수 있다”면서도 모든 거래는 계약에 따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16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김상연) 심리로 열린 장 전 부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3차 공판에서는 WEMIX 유동화의 정의와 범위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가상자산 위탁 매매 기업 하이퍼리즘을 통해 위메이드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WEMIX 1억여 개를 가상자산으로 교환해 당시 시가로 3000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지난 2022년 유동화 중단 선언 이후에는 에코펀드와 피투자사를 통해 WEMIX 처분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에코펀드 운용과 피투자사 처분이 위메이드의 간접 유동화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검찰은 위메이드가 하이퍼리즘을 통해 WEMIX 직접 매도에 따른 유동화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위메이드가 WEMIX 유동화를 목적으로 하이퍼리즘에 직접 에코펀드 조성을 제안했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검찰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하이퍼리즘에 1800만 개의 WEMIX를 제공하고, 투자 원금과 수익을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로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얻었다. 검찰은 해당 펀드 운용 방식이 WEMIX를 직접 매도와 마찬가지로 WEMIX 시장 유통량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WEMIX 피투자사들이 하이퍼리즘을 통해 WEMIX를 처분한 것도 위메이드의 안내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업체가 위메이드로부터 WEMIX를 지급받고 해당 WEMIX를 다시 하이퍼리즘에 전송한 온체인 트랜잭션 시점에 거의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피투자사와 하이퍼리즘 간 WEMIX 위탁매매 계약에 탑업 비용이 포함된 것도 WEMIX 즉시 유동화를 전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위메이드가 각 업체에 지급한 WEMIX는 총 1600만 개 이상이다.
반면 장 전 부회장 변호인 측은 검찰이 WEMIX 유동화로 간주한 모든 행위가 내부적으로 정한 유동화 개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장 전 부회장이 WEMIX 유동화를 중단한 것처럼 속여 투자자들을 기망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변호인은 “위메이드가 설정한 유동화 개념에 따르면 WEMIX를 거래소에 직접 매도하는 경우만 유동화”라고 강조했다. 에코펀드는 하이퍼리즘이 위메이드의 지시 없이 자율적으로 운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장에 출석한 장 전 부회장이 직접 검찰의 주장에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에코펀드는 WEMIX 유동화 목적이 아니며 펀드 운용에 있어 하이퍼리즘과 사전 상의한 적이 없다”며 “WEMIX 유동화가 활발했던 2021년 위메이드 주가는 연중 16배 올랐지만 유동화가 비교적 적었던 2022년엔 주가가 오히려 빠졌다”고 밝혔다.
증인으로 법정에 선 오 대표는 하이퍼리즘의 모든 WEMIX 거래 행위는 계약에 따른 것일 뿐 위메이드의 의도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증언했다. 그는 “WEMIX를 전송받기 전에 WEMIX 피투자사들과는 당연히 사전 협의를 거쳤지만 위메이드가 피투자사에 장외거래(OTC) 계약을 지시했다는 내용은 들은 적 없다"면서도 “위메이드로부터 하이퍼리즘을 소개받은 업체의 경우 곧바로 WEMIX를 유동화 할 것이라는 사실을 위메이드가 알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코펀드는 투자 원금·수익을 위메이드에 상환할 때 USDT와 WEMIX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며 “WEMIX를 팔아서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했지만 반대로 스테이블코인으로 WEMIX를 매수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WEMIX 유동화 개념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이날 공판은 6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에 앞서 검찰에 WEMIX와 위메이드 주가 간 상관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WEMIX는 크게 중요하지 않고 금융투자상품인 위메이드 주식에만 관심이 있다"며 “위메이드 주식의 투자자들이 거래하는 데 있어 부정거래 행위를 했는지가 쟁점”이라고 강조했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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