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을 담보로 가상자산을 대출받을 수 있는 아발론(AVL)이 빗썸에 상장된 뒤 급격한 가격 변동을 보이고 있다. BTC 보유자들에게 새로운 유동성 옵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던 이 프로젝트는 상장 첫날 급등했지만 현재는 최고가 대비 약 38% 폭락했다.
10일 오전 10시 30분 빗썸 기준 AVL은 전일 대비 8.37% 떨어진 766원에 거래됐다. 지난 7일 빗썸 원화마켓에 상장될 때 AVL의 상장가는 574원이었다. 상장 첫날 최고 1240원까지 급등하며 116% 폭등했지만 3일 만에 최고가 대비 약 38.2% 급락한 셈이다. AVL은 빗썸에 신규 상장된 뒤 국내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날 코인마켓캡 기준 빗썸의 AVL/KRW 페어는 31.70%로, 이는 전체 가상자산 거래 시장에서 빗썸의 원화마켓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AVL 에어드롭 물량을 현금화하려는 움직임이 거래소로 몰린데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가격이 요동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발론랩스는 지난 2월 AVL 토큰을 발행하고 사전에 아발론랩스 생태계에 기여한 투자자를 대상으로 에어드롭(무상 토큰 배포)을 진행했다. 이렇게 무상으로 받은 토큰을 현금화하려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매도 압력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거래대금 역시 상장 초기 열기가 식으면서 크게 줄었다. 전일 코인마켓캡 기준 AVL의 빗썸 24시간 거래대금은 4916만 1364달러(약 715억 520만 원)로, BTC(4663만 2424달러)보다 약 5.42%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같은 거래대금은 하루 만에 급격히 감소해 이날 기준 전일 대비 약 절반 수준인 2666만 5792달러를 기록하며 거래량 순위 8위로 밀려났다.
아발론랩스는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생태계에서 주목받는 프로젝트다. BTC을 담보로 스테이블코인 USDa를 발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BTC 보유자가 BTC를 매도하지 않고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용자는 래핑된 BTC인 FBTC 등을 담보로 맡기고, USDa를 발행받을 수 있다. 래핑은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에 가상자산을 이동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이를테면 BTC를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활용하기 위해 특정 계좌에 BTC를 담보로 맡기고, 이더리움 블록체인 위에서 가치가 동일한 FTBC를 발행받는 식이다. 즉 BTC 보유자는 BTC를 래핑해 이더리움 블록체인 생태계에 구축된 다양한 디파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아발론랩스가 발행하는 USDa는 테더(USDT)와 가치가 일대일로 연동된다. USDT는 테더사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으로, 미국 국채 등을 기반으로 발행돼 미국 달러와 1대1로 가치가 연동된다. 사용자는 USDa를 USDT로 교환하거나 혹은 디파이 프로토콜에 예치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날 디파이라마 기준 USDa의 시가총액은 약 2억 7164만 달러(약 3995억 원)다. 대출 기간이 끝나면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고 담보했던 BTC를 돌려받는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사용자는 BTC 장기 보유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그 가치를 기반으로 다양한 디파이 서비스를 이용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만약 BTC 가격이 하락해 담보가치가 빌린 금액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면 청산이 발생한다. 이때 아발론랩스는 청산 보너스라는 개념을 도입해 청산자의 참여를 유도했다. 청산자는 대출자의 부채를 상환해주는 대가로 담보 자산을 할인된 가격에 취득할 수 있다. 이러한 매커니즘으로 청산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스템 안정성을 강화했다.
아발론랩스는 잠재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1000만 달러(약 145억 4800만 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기반 가상자산 벤처캐피탈(VC) 프레임워크 벤처스 주도로 진행된 이 투자에는 UXTO 매니지먼트, 프레스토랩스, 케네틱 캐피탈이 참여했다.
이처럼 최근 아발론랩스를 포함해 디지털 골드인 BTC를 장기 보유하면서 이를 유동화하려는 시도가 각광받고 있다. BTC 스테이킹 플랫폼 바빌론, BTC와 일대일로 가치가 연동되는 sBTC를 출시한 스택스 등이 대표적이다.
가격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BTC를 담보로 활용하는 디파이 서비스의 잠재력은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쟁글 리서치는 "비트코인 생태계의 금융화가 아직 초기 단계로, BTC 시가총액의 2%만이 디파이에 활용되고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아발론랩스의 실제 서비스 확장과 사용자 채택 수준이 향후 AVL 토큰의 가치를 결정할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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