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덴버2025 행사에서 만난 웹3 전문 벤처캐피털(VC) 노 리미트 홀딩스(No-Limit Holdings)의 제레미 허프 파트너는 모건스탠리 중국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한 금융 전문가다. 그는 블록체인은 금융 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산업에 미칠 영향과 미국·아시아 시장의 동향, 그리고 투자 환경 변화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어봤다.
노 리미트 홀딩스는 블록체인 기술이 다양한 산업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허프 파트너는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를 "신뢰할 수 있는 탈중앙화 거래를 통한 비용 절감과 효율성 극대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금융 산업에서 가장 큰 변화를 예상했다. 이메일이 우편을 상당 부분 대체했듯 블록체인은 은행 시스템의 일부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를 통해 거대한 인프라 비용과 수수료가 절감될 것으로 허프 파트너는 내다봤다. 그는 “은행 지점망 축소와 거래 비용 감소로 금융권의 효율성이 더욱 향상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금융 외에도 블록체인의 도입 효과가 클 산업으로는 식음료(F&B)와 헬스케어를 꼽았다. F&B 산업은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대에 불과하다.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이 도입되면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 등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영업 이익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헬스케어 산업에서는 블록체인 도입으로 환자 기록 관리와 데이터 공유 프로세스를 최적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의료 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이고 행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허프 파트너는 글로벌 웹3 산업에서 미국과 아시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규제 변화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규제를 마련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법안 추진과 중앙화·탈중앙화 프로토콜 구분 규정 논의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규제 명확성이 높아지면 안정적인 사업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미국이 가상자산 혁신을 선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개발자들과 기업들이 다시 미국으로 모여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시아 시장에 대해서는 빠른 기술 도입과 적극적인 수용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허프 파트너는 “지난 20년 간 아시아의 신기술 채택 속도가 훨씬 발랐다”면서 중국의 위챗페이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한국 역시 IT 인프라가 뛰어나고 신기술에 개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는 정책 지원과 탄탄한 소비자 기반 덕분에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벤처 투자 트렌드는 실질적 가치를 창출하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허프 파트너는 "밈코인 열풍이 한풀 꺾였다"고 진단했다. 이제 투자자들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실물연계자산(RWA, 스테이블코인 등 실물 경제와 연계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웹3 VC는 전통 VC와는 다른 투자 회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허프 파트너는 "초기 투자 후 토큰이 상장되면 일부를 현금화해 유동성을 확보하면서도 남은 지분으로 프로젝트 성장을 지속 지원하는 방식이 웹3 투자 모델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전통 VC가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단기 수익과 장기 성장 지원의 균형이 중요하다. 그는 "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 해놓고 토큰 상장 후 곧바로 매도하면 진정한 의미의 지원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장기적인 비전을 고려한 유동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웹3 VC 헤지펀드적 요소까지 겸비하며 투자 방식을 진화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전략적인 토큰 매도 시점 조율과 유동성 풀 참여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허프 파트너는 "블록체인 VC는 이제 전통 VC와 헤지펀드의 요소를 결합한 새로운 투자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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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카탈라이즈 리서치의 이드덴버2025 현장 인터뷰 시리즈 일환입니다. 글로벌 블록체인 업계 리더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웹3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합니다. 카탈라이즈 리서치는 웹3 전문 컨설팅 기업으로 고투마켓(GTM) 전략, 마케팅, 비즈니스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바이낸스의 한국시장 진출 자문을 시작으로 아바랩스, 폴리곤, 리플 등 프로젝트들과 협력하며 웹3 생태계 성장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 덴버=송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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