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이 시장 점유율이 약 4년 만에 61%를 돌파했다. 가상자산 시장 내 투자 자금이 다시 BTC로 쏠리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알트코인 가격은 전반적으로 약세 흐름을 이어가며 뚜렷한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31일 오후 3시 8분 코인마켓캡 기준 BTC 시장 점유율은 61.3%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1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반면 알트코인 대장주인 이더리움(ETH) 점유율은 8.2%를 기록했다. ETH 시장점유율이 8% 초반대로 떨어진 건 지난 2020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시장 점유율은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서 해당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이처럼 BTC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건 주요 정부·기관들이 앞다퉈 BTC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전세계에서 BTC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 스트래티지의 투자 전략을 모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 상장사 메타플래닛은 이날 BTC 추가 매입을 위해 이자 없이 원금만 갚는 조건의 채권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발행 규모는 20억 엔(약 197억 6960만 원)이며, 채권은 일본계 투자사 EVO 펀드가 인수했다. 메타플래닛은 해당 자금을 전액 BTC 매입에 투입할 예정이며 상환 재원은 향후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비디오 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탑도 지난 25일(현지시간) 현금과 미래 부채, 주식 발행 자금 등으로 BTC와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면서 전통 금융 자본이 BTC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경로가 열렸다는 점도 시장 점유율 상승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블랙록·피델리티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ETF 상품을 내놓으며 기관 자금이 유입됐고, 이 자금이 알트코인보다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명확한 BTC에 쏠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시장에서는 BTC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는 현상에 대해 기대했던 알트 시즌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결과라고 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BTC 상승장이 정체 국면에 접어들면, 차익 실현 후 알트코인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순환 구조가 나타난다. 그러나 이번 사이클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아직 관측되지 않고 있다. 더블록은 “BTC 랠리 이후 자금을 알트코인으로 회전시키는 흐름이 예상만큼 나타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알트코인 대장주인 ETH가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시장 내 자금 쏠림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TH는 이날 기준 1800달러 초반에서 거래되며, 연초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상태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활동도 위축되는 모습이다. 블록체인 분석 플랫폼 아르테미스에 따르면 최근 이더리움 온체인 트랜잭션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7% 감소했다. 일부 개발자 커뮤니티는 솔라나 등 경쟁 체인으로 이동하는 등 생태계 이탈 현상도 가시화되고 있다.
투자 심리 위축에는 구조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블록체인 벤처캐피털 캐슬아일랜드벤처스의 닉 카터는 “레이어2(L2) 솔루션이 메인 체인의 경제적 가치를 흡수하고 있다”면서 “과도한 토큰 발행과 커뮤니티의 구조적 대응 부족이 ETH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더리움의 확장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L2 체인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정작 이더리움의 존재 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의미다.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도 최근 보고서에서 “ETH는 방향성을 잃고 있다”면서 연말 가격 전망치를 기존보다 60% 가까이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반면 ETH의 장기 회복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있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공동 창립자는 최근 블로그를 통해 “단기 투기보다 실질적인 사용 사례와 커뮤니티 주도의 개발이 장기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비인크립토는 “향후 예정된 펙트라(Pectra) 업그레이드와 레이어2 생태계 확장이 ETH 회복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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