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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자율규제한다지만···횡령·'뱅크런' 우려 여전한 가상화폐 거래소

가상화폐 거래소와 구매대행사가 난립하면서 해킹·사기·출금지연 등 이용자 피해가 잇따르자 거래소들이 자율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는데다 거래소의 부정행위로 이용자가 금전적 피해를 보더라도 이에 대한 보상책이 없는 것은 여전하다. 정부는 가상화폐를 화폐는 물론 금융상품으로도 인정하고 있지 않은 만큼 이용자를 법적으로 보호할 의무가 없다. 자율규제 선언에도 거래소들은 여전히 외부감시와 법적 관리감독의 공백에 놓여있어 이용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암호화폐 거래소 자율규제안 설명 및 기자간담회에서 거래소 참여사 관계자들이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는 가상화폐 거래소 자율규제안을 내놓고 내년 1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눈에 띄는 것은 거래자 자산 보호장치다. 거래소 회원은 거래자의 원화 예치금을 100% 금융회사에 보관하고 가상화폐의 70% 이상을 ‘콜드 스토리지(cold storage)’에 의무적으로 보관하기로 했다. 콜드 스토리지는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은 외부 저장장치를 뜻하는 것으로 해킹의 위험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거래소 설립요건도 강화하기로 했다. 회원 거래소는 20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보유해야 하며 금융업자에 준하는 정보보안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 같은 요건을 어기면 내년 1월 출범하는 블록체인협회에서 제명돼 시중은행의 가상계좌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현재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에는 빗썸, 코인원, 코빗 등 주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14개를 포함한 40여 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거래자 자산 보호장치는 거래소의 내부자 거래나 횡령, 해킹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이제까지는 이용자의 원화 예치금이 거래소 임직원에 의해 유용될 위험을 방지할 방법이 없었다.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는 가상화폐를 실제로 법정화폐로 바꿔 인출하기 전까지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한 거래로 기록되지 않는다.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큰 장점으로 알려진 거래의 투명성과 조작 불가능성이 가상화폐 거래소 내부거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빗썸과 코빗, 코인플러그 등 국내 주요 거래소는 대표 단독이 아닌 핵심 임직원 합의를 통해 고객 자산 관리를 허가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외부 감시를 받고 있는 건 아니다.

2014년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였던 일본 마운트곡스(Mt.Gox) 파산의 사례는 관리감독의 공백에 놓여있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위험을 잘 보여준다. 마운트곡스는 2014년 해킹에 따른 대규모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했지만 일본 경찰 조사 결과 파산 원인은 해킹이 아닌 내부 시스템 부정 조작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용자의 자금을 관리하던 회사 명의의 은행 계좌에서 총 3억4,000만엔이 외부 계좌로 빠져나간 점을 들어 마크 카펠레스 CEO를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마운트곡스 직원이 거래수수료와 고객 자산을 분리해 예치해야 된다고 권고했지만 카펠레스 CEO는 이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카펠레스 CEO는 거래 시스템의 데이터를 조작해 이용자에게 보이는 잔고를 부풀린 혐의도 받고 있다.

거래소 자율규제안에 따르면 블록체인협회 회원 거래소들은 이같은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내년 1월부터 이용자의 원화 예치금을 100% 금융회사에 보관하기로 했다. 또 거래소 임직원의 부정거래 행위가 적발되면 협회는 거래소는 물론 임직원 개인에 대한 제재도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비트코인이 2,400만원에서 1,000만원 중반대로 폭락한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빗썸 고객센터에서 한 시민이 시세 전광판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송은석기자
하지만 이런 규제와 처벌 가이드라인도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은 그대로다.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해킹이나 횡령으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해도 책임질 의무가 없다. 비트코인의 하루 거래 규모가 6조원까지 불어나면서 ‘뱅크런’처럼 대규모 출금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거래소로서는 손실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가 되면 파산을 선언해버리면 그만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금융기관이라면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예금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예금자보호제도를 통해 1인당 5,000만원까지는 원리금을 보호해주고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인터넷쇼핑몰과 같은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자로 금융기관이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이용자들은 거래소의 부정행위에 따른 피해도 100%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금융투자시장 전문가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규모가 커졌다고 해도 내실을 들여다보면 내부 체계가 상당히 부실한 상황”이라며 “거래소에 있는 가상화폐의 실재 여부와 소유권을 확인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의 모든 책임은 거래자 본인에게 있어 신중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을 항상 환기해 왔다”며 “가상화폐는 금융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거래소를 자본시장법에 따라 규제 또는 감독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자율규제와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가상화폐 거래자들의 신중한 투자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빈난새기자 binthere@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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