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상화폐·코인) 거래소 빗썸이 지난해 4,000억원 대의 순이익을 올려 1년만에 이익규모가 171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올들어 암호화폐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비덴트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 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3,334억원, 당기순이익은 4,272억원을 기록했다. 비덴트는 비티씨코리아의 지분 10.55%를 보유하고 있어 사업보고서에 빗썸의 매출과 당기손이익 등 재무 정보를 담고 있다. 비티씨코리아는 지난 2016년 매출액 43억원에 당기순이익 25억원을 기록했다. 1년 사이 매출액은 77배, 당기순이익은 171배로 불어난 셈이다.
당기순이익이 매출액보다 큰 이유는 회계기준원이 제시한 회계처리 기준 상 당기순이익에는 수수료로 받은 암호화폐의 평가이익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빗썸은 고객이 암호화폐를 매입할 때 수수료를 코인으로 받는다. 매도 시에는 원화 수수료를 받는다. 이 때 매출액을 산정할 때는 수수료를 받은 당시 암호화폐의 시가로 계산하지만 당기순이익은 평가 시점의 가격이 적용된다. 지난해 암호화폐 가격이 연말로 갈 수록 급등했기 때문에 당기 순이익이 더 높아지게 됐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 2,114억원, 당기 순이익 1,093억원을 기록했다. 업비트가 지난해 10월 24일부터 영업을 시작한 만큼 사실상 2달 만에 이룬 실적이다. 여기에는 업비트의 실적 외에 두나무의 모바일 증권거래 서비스 카카오스탁의 실적도 반영됐지만 상당액수가 업비트 실적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깜짝 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해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실명인증 계좌 도입을 발표하고 이 여파 등으로 암호화폐 가격이 세계적으로 하락하면서 거래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거래소들은 거래 수수료를 수익 원천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거래량과 거래액의 감소는 결국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이정아 빗썸 부사장은 이와 관련 4일 분산경제 포럼에서 “실명인증 이후 빗썸에서 계좌를 발급받으려면 반드시 농협계좌가 있어야 하는 등 (은행이용이) 제한적”이라며 “이후 신규유입이 줄면서 시장이 침체하고 거래량이 줄어 지난 1월 일평균 4조원 대를 기록했던 거래량이 지금은 그 10% 수준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 외에 수익원을 내기 위해서 지급결제 등 다양한 신사업을 발굴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흥록기자 rok@
-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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