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를 출범하면서 국내 암호화폐 업계를 단 두 달 만에 제패한 두나무가 이번에는 탈중앙화 거래소라는 도전에 나섰다. 탈중앙 거래 기술이 아직 미완으로 평가받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지는 두나무의 시도가 앞선 업비트의 성공 사례를 이어갈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분산형 거래소 투자에 나섰다. 두나무 관계자는 “최근 분산형 거래소 올비트(Allbit)를 준비 중인 블록체인 기업 오지스(Ozys)의 지분을 확보했다”며 “미래 기술에 투자하고 노하우를 확보하려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올비트는 현재 베타서비스를 오픈 했으며 5월 중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개시할 예정이다. 예정대로 5월 중 출범할 경우 올비트는 국내 첫 분산화된 거래소가 된다.
지난해 9월 업비트는 비트렉스와의 협업으로 100종이 넘는 다양한 암호화폐를 내세워 출범 두 달 만에 빗썸, 코인원, 코빗 3강 체제이던 거래소 시장을 흔들고 국내 최대 거래소로 올라섰다. 당시 국내 거래소들에 상장된 암호화폐 수는 매우 제한적으로 주요 종목 외의 암호화폐를 구입 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를 이용해야 했다. 두나무는 이같은 불편함을 파고들어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빠른 시간 내 점유율을 높였다. 두나무의 이번 올비트 투자는 이같은 업비트의 성공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분산화된 거래소는 운영주체 없이 이용자 모두가 시스템을 구동하는 블록체인의 운용원리에 부합하는 데다 무엇보다 거래소의 해킹 사고에서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빗썸이나 업비트 등 기존 중앙화 거래소의 경우 거래가 이뤄질 때 암호화폐는 거래소가 관리하는 지갑에 그대로 둔 채 장부상으로만 암호화폐가 정산되는 구조다. 이와 달리 분산화 거래소에서는 투자자 각자의 암호화폐 지갑끼리 거래가 이루어 진다. 암호화폐가 투자자 개인이 소유하고 관리할 수 있는 구조다. 이에 최근 코인네스트 횡령이나 코인체크 해킹 사태 등 연이은 사건들로 거래소에 대한 신뢰를 잃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기존 거래소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기술적 완성도를 이유로 아직 분산화된 거래소에 대해 아직 고려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탈중앙화 플랫폼 자체가 아직 완성단계가 아니다”라며 “기술이 조금 더 안정된 후에 출범을 고려해 볼 것”이라 밝혔다. 또다른 거래소 관계자도 “지금 분산화된 거래소를 출범하더라도 기술적 문제가 존재하고 사용자 수를 확보하기도 힘들어 제대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며 “탈중앙이라는 블록체인의 기본 정신을 보았을 때 분명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 답했다.
다만 해외에서는 이미 이더파이넥스 등 40여개의 업체들이 분산화된 거래소를 표방하며 운영중인 만큼 상용화가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도 맞서고 있다. 이 가운데 이더파이넥스의 24시간 거래량은 350억원을 넘나들며 이는 국내 거래소 중 코빗의 하루 거래량과 맞먹는 수치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기술 이슈보다는 올비트가 취급하는 암호화폐의 종류를 들어 이른바 ‘잡코인’ 거래를 지원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현재 올비트에서는 기프토와 엘프, 아이콘, 디직스다오, 파퓰러스, 이오스, 룸네트워크, 비체인 등 8개의 코인만이 상장되어 있으며 원화거래는 지원되지 않는다. 이 중 업비트와 겹치는 것은 이오스와 아이콘 뿐이다. 나머지는 비교적 시가총액 순위가 높지 않은 생소한 암호화폐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업비트가 막무가내로 암호화폐를 상장한 것과 관련해 이러한 비난을 피하려고 대체 수단을 마련한 것 같다”는 의문을 드러내기도 했다.
운영 측면에서 볼 때 올비트를 완전한 탈중앙화 거래소라 부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올비트는 이더리움기반 암호화폐들의 스마트컨트랙트를 가능케 하는 탈중앙화 기술만을 사용할 뿐 신규 암호화폐 상장과 운영 등의 정책적 방면에서는 아직 중앙화된 거래소와 같다. 현재 탈중앙화된 운영방식을 사용하는 거래소는 후오비 산하의 거래 플랫폼 하닥스(HADAX)가 있다. 기존 거래소들은 암호화폐 상장 시 중앙관제 시스템이 모든 것을 평가한다. 반면 하닥스는 프로젝트 측이 자료를 제출하면 투자자들이 투표를 진행해 코인의 상장 여부를 결정한다.
블록체인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래소의 진정한 탈중앙화는 탈중앙화 플랫폼을 사용하는 기술적 측면 뿐만 아니라 거래소 운영 정책 마저도 분산화되는 것”이라며 “다만 그동안 발생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 각종 해킹사태를 고려하면 어짜피 가야할 길인데 업계 1위 거래소가 탈중앙화 거래소의 문을 열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원재연 인턴기자 wonjaeyeo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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