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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아카데미]③리버스 ICO, 만능열쇠 아니다.

지난해 ICO 902개, 61억달러 조달… 60%가 실패

ICO 실패에 기존 사업이 있는 '리버스ICO'에 관심

텔레그램 17억달러 조달…Kik, 라쿠텐 등도 진행

자금조달 쉽고 빨라, 생태계 통한 네트워크 효과 커

독과점, 주주와의 충돌, 회계기준 미정립 등 문제

'탈중앙화', '비즈니스 모델' 고민 후 결정해야



앞선 글(‘IPO와 다른 ICO가 성공하려면’)에서 IPO(기업공개)와 ICO(암호화폐공개)를 비교하고 “기업들이 간편하고 빠르고 손쉬운 ICO를 선호한다”고 소개한 바 있다. 또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다섯 달 동안 537건의 ICO에 137억 달러(약 15조3,000억 원)가 모여 그 이전에 진행됐던 모든 ICO 투자금액을 앞섰다”며 급성장하고 있는 시장 상황을 전달했다.

이처럼 ICO에 대한 열기는 뜨겁지만, 전망이 밝지 만은 않다.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은 지난해 열린 한 행사에서 “스타트업의 90%가 망한다는 것은 이미 확립된 사실”이라며 “코인마켓캡에 있는 ERC20 토큰(ICO)의 90%도 가치가 없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CO 중에는 좋은 아이디어가 약간 있고, 많은 ICO는 나쁜 아이디어고, 아주아주 나쁜 아이디어도 많고, 몇몇은 사기”라고 덧붙였다.

앞선 글에서도 지적했듯이 ICO가 달랑 백서(White paper) 하나 또는 백서조차 없이 투자금을 모을 정도로 진입 장벽이 낮았다. 실제로 ICO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ICODATA.IO’에 따르면 지난해 ICO에 모인 자금은 총 61억 달러(약 6조7,000억원)에 달했다. 프로젝트 숫자로 따지면 902개나 된다. 이 중 15%인 142개는 자금조달에 실패했다. 30%인 276개는 자금은 모았지만 프로젝트는 실패했다. 또 남아 있는 것 중에도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는 뇌사 상태 프로젝트가 113개로 13%나 된다. 결국 1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60%에 가까운 프로젝트가 실패의 쓴맛을 봤다. 살아남은 371개 프로젝트도 올해를 넘길 수 있을지 단언하기 힘든 상황이다.



꿈과 희망을 품고 야심 차게 추진했던 ICO가 줄줄이 실패하면서 시장은 ‘리버스(Reverse) ICO’라는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쏟고 있다. 리버스 ICO는 기존 시장에서 이미 안정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거나 상용화된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이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암호화폐 경제, 토큰 이코노미에 붙이면서 그에 필요한 자금을 ICO 형태로 조달하는 것이다. 신생 기업이 암호화폐를 발행 하는 것이 ICO라면, 기존에 비즈니스를 하던 기업이 토큰을 발행해 기존 사업에 접목하는 것이 ‘리버스 ICO’인 셈이다.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블록체인 이코노믹 포럼’(BEF)에서 리버스 ICO가 단연 화제였다. 올해 들어 지난 2월까지만 해도 10%를 밑돌던 리버스 ICO 비중이 몇 달 만에 28%로 세 배 가까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는 월 사용자 2억 명을 넘어선 메신저 앱 텔레그램, 캐나다에서 개발돼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메신저 Kik, 일본의 인터넷쇼핑몰 라쿠텐 등이 리버스 ICO의 붐을 일으킨 것도 한 몫 했다.

텔레그램은 메신저 앱과 블록체인 플랫폼 TON(Blockchain platform Telegraph Open Network)의 개발자금을 위해 두 차례에 걸쳐 17억 달러(약 1조8,045억 원)를 모았다. 투자자 신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참여한 사람은 적격투자자 94명으로 알려졌다. 미국 증권법은 ‘연간 소득이 20만 달러를 넘거나 보유자산이 100만 달러를 넘는 투자자’에 대해선 ICO 참여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Kik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리버스 ICO를 통해 앱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Kin 토큰을 발행했다. 라쿠텐은 지난 2월말 ‘라쿠텐 슈퍼 포인트’를 91억 달러(약 9조2,800억원)에 달하는 라쿠텐 코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쿠텐 코인은 라쿠텐이 운영하는 모든 곳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텔레그램, Kik, 라쿠텐처럼 사업을 잘하고 있는 곳이 리버스 ICO에 나서면 관심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실제 제공되는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ICO는 ‘사업을 시작이나 할 수 있을까’라는 불확실성을 완전히 잠재워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왜 리버스 ICO를 택할까?

가장 큰 이유는 ICO가 IPO보다 자금조달 절차가 간단하고 쉽고 빠르기 때문이다. 이미 높은 ‘인지도’를 가진 상태에서 ICO를 진행하면 다른 프로젝트보다 투자자 모집에 유리하다.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새롭게 ICO 프로젝트에 나서는 곳들은 투자자금의 상당 부분을 자신을 알리는 마케팅 비용으로 소진하는 경우가 많지만 리버스 ICO는 그렇지 않다. 또 리버스 ICO 기업들은 기존 사업을 통해 수익 또는 매출을 내고 있기 때문에 암호화폐 거래소 상장에 걸리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다.

물론 리버스 ICO라고 100%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기업이 리버스 ICO를 통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코인 가격을 일시적으로 끌어 올릴 수 있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경우 프로젝트는 물론 투자자, 주주 등도 피해를 입게 된다.

기업들이 리버스 ICO를 택하는 또는 택하고자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 때문이다. 네트워크 효과는 사용자가 많을수록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사용가치가 급증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전화기를 둘만 쓰는 것보다 10명, 100명, 1,000명이 쓸수록 전화기의 효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암호화폐 생태계, 토큰 가치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기술력뿐만 아니라 해당 네트워크에 대한 사용자의 관심도 등을 비롯한 복합적 요인에 의해 평가를 받는다. 토큰 가격과 토큰 기술력은 언제나 정비례하지 않는다. 오히려 토큰 커뮤니티의 역할과 가치가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암호화폐 생태계도 네트워크 효과가 중요하다. 기업들이 중앙화 된 본래 자신의 사업구조를 내려 놓고 ‘인지도’를 기반으로 리버스 ICO에 나서면 네트워크 효과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그렇다면 리버스 ICO가 기존 ICO가 안고 있던 모든 문제를 풀어주는 만능열쇠가 될 수 있을까?

현재 시점에서는 ‘아니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블록체인은 무엇보다 탈중앙화 가치를 실현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 그러나 리버스 ICO는 이미 시장에서 독과점을 차지한 기업이 ICO마저 독과점할 소지가 다분하다. 이는 장기적으로 탈중앙화 가치의 실현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된다. ICO의 본질적 취지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개방형 구조의 목적과는 다르게 변질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블록체인 전체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기존 주주와의 이해 상충도 문제다. 리버스 ICO는 기존 투자자들이 있는 상태에서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주주와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보통 기업이 이익을 내면 주가가 올라 주주에게 이익으로 돌아가지만, 기업이 주식과 암호화폐를 모두 발행하면 기업의 가치 상승이 주식이 아닌 암호화폐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기존 주주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 암호화폐에 대한 회계 기준이 아직 국내외로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기업의 재산인 암호화폐를 기업가치에 직접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주주들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

마지막으로 수익모델이 없거나 확실치 않은 기업의 리버스 ICO는 암호화폐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리버스 ICO 시장을 이끌고 있는 Kik, 텔레그램 등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는 뚜렷한 수익창출 모델의 부재 속에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에 블록체인 기술만을 접목한 구조다. ICO 초창기와는 달리 암호화폐 가격이 하락해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리버스 ICO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은 뭘까?

한 마디로 딱 잘라 표준화해서 설명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럼에도 현재 리버스 ICO를 고민하는 경영진이 있다면 크게 두 가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우선 블록체인 생태계에 입각한 ‘탈중앙’과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적합’한지에 대한 평가다. 리버스 ICO를 진행하고자 하는 기업은 자신들이 보유한 중앙화된 시스템의 이점을 포기하고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탈중앙화의 개념을 수용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선 포기된 중앙화의 가치보다 선택한 탈중앙화의 가치가 더 높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충분히 적합하다는 판단이 선 후에 리버스 ICO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둘째는 리버스 ICO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도 수십 개의 ICO가 시작된다. 그러나 블록체인 도입의 타당성이 결여된 비즈니스 모델, 비즈니스 모델의 개연성 확보에 실패한 사례가 적지 않다. 기업들은 ‘왜 리버스 ICO를 해야 하는지’, ‘리버스 ICO를 통해 수익구조가 만들어지는 비즈니스 모델인지’, ‘조달된 자금은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등을 충분히 고민하고 ‘리버스 ICO가 꼭 필요하다’는 판단이 선 후에 진행해도 늦지 않는다. /이화여대 융합보안연구실

※ 편집자 주

이화여대 융합보안연구실(CS Lab)을 이끌고 있는 채상미(왼쪽)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 뉴욕주립대에서 경영정보시스템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기업의 정보보안 정책과 보안 신기술 도입 전략, 블록체인의 활용과 적용을 연구 중이다. 박민정(오른쪽) 연구원은 성신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에서 빅데이터 분석학 석사, 경영학과 박사를 수료했다. 현재 블록체인과 개인정보보호, 정보보안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우승호 기자
derrid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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