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에서 서울의 부동산 정보를 찾고 이를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를 한다.’
‘동네 병원에서 진료한 의료정보를 대학병원에 별도로 제출할 필요없이 블록체인 상에서 자동 전송된다.’
블록체인이 일상화하는 세상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서비스 시나리오다.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듯, 블록체인 위에서 돌아가는 분산 애플리케이션(디앱 ·DApp, Decentralized Application)이 다양하게 등장할 경우 이 같은 상상은 현실화할 수 있다.
현실은 어떨까. 기대와 달리 디앱의 대부분은 게임과 도박이다. 이용자 수도 100명을 넘기지 못하는 디앱이 대부분이다. 신민섭 트론코리아 대표는 “현재 출시되고 있는 디앱들은 대부분 실생활과 거리가 멀고 개발자 중심으로 구성이 돼 있다”며 “블록체인 디앱들이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의 의견을 개발에 반영해 좀 더 실용적인 디앱이 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디앱의 개발 주체들이 더욱 먼 미래를 보고 실제로 현실에 필요한 프로젝트가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아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 디앱들의 통계를 살펴볼 수 있는 사이트인 디앱레이더닷컴(DApprader.com)에 따르면 전체 737개의 디앱 가운데 518개가 게임·도박 앱이다. 특히 지난달 출시돼 폭발적 인기를 누리며 사용자들을 끌어모은 이더리움 기반 도박사이트인 포모3D(FOMO3D)와 그 전신인 PoWH3D의 경우 예치금과 이용 빈도 측면에서 모두 4위 이내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디앱 종류가 낮은 가장 큰 걸림돌로 블록체인의 기술력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가장 많은 디앱이 기반 삼는 이더리움인의 경우 초당 전송속도가 13~20건, 이오스의 경우 1,000건이다. 비자카드의 경우 초당 56만 건이다. 단적인 예로 이더리움의 경우 지난해 12월 고양이를 키우는 단순한 형태의 게임 디앱인 크립토키티에 이용자가 몰리자 블록체인 전체의 전송속도가 느려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출시된 플랫폼 블록체인의 전송속도(TPS)와 처리 속도는 게임과 도박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은 이용자들을 끌어안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미다.
이용자수 확보도 중요한 문제다. 현재 디앱레이더에서 이용자 수 기준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 IDEX의 이용자가 하루 1,422명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4위인 PoWH3D는 452명 수준이다. 그 외 애플리케이션들은 대부분 이용자수가 100명을 넘지 못하며 이용률도 상당히 낮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디앱들의 경우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와 같이 사용자들과 직접 연결해주는 창구가 마땅히 없어 초기 이용자를 확보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 때문에 사용자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게임과 도박, 그리고 거래소 관련 디앱들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게 되고 이에 다른 앱의 이용자수는 다시 낮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해결에 시간이 필요한 기술 문제를 제외한 디앱의 다양성과 이용자 수 확보 문제의 경우 디앱 개발업체들이 초기 기획단계부터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실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에 존재하는 서비스를 블록체인 플랫폼에 접목시켜 사용자를 확보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국내 기업중 쿠폰 ·포인트 적립 서비스 도도포인트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스포카의 경우 기존 1,500만 여명의 사용자를 기반으로 지난달 소비자와 가맹점을 블록체인을 통해 연결하는 캐리프로토콜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기프토 프로젝트는 생방송 플랫폼 업라이브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적용해 기존에 존재하던 4,000만의 사용자를 단번에 확보했다.
업체들이 실제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는 디앱 개발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성재 파운데이션X 대표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의 기술, 거버넌스 구조, 커뮤니티도 중요하지만 현실 세계와 어떻게 연계시키는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decenter.kr
- 원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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