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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용어사전⑥]21세기의 이단아 비트코인, 너는 누구냐?



# 2014년 미국 법무부 산하 연방보안관은 로스 울브리히트(Ross Ulbricht) 마약 밀매 암시장 사이트 ‘실크로드’ 운영자가 보유한 비트코인 14만4,336개(4,800만 달러, 약 520억원)를 압수한 후 공매로 처분했다.

# 2016년 호주 당국은 마약 밀매 행위로 압수된 비트코인 2만여 개를 경매에 부쳤다.

# 같은 해 핀란드 재무부는 실크로드 사이트 단속으로 몰수한 비트코인 2,000개를 경매 처분할 것을 제안했다. 2년이 지난 올해 핀란드 투르크(Turku) 지역 항소 법원의 결정에 따라 관세청은 몰수한 비트코인을 경매에 부친다.



# 지난 5월 한국 대법원은 “음란사이트 운영으로 얻은 비트코인을 범죄 은닉재산으로 포함해 몰수·추징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앞선 사례들을 보면 ‘비트코인은 화폐’가 맞을까?

그러나 현재 핀란드를 비롯한 대부분 국가에선 비트코인 등 각종 암호화폐를 화폐, 정식통화로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비트코인을 ‘투기자산’으로는 인정했다는 해석은 가능할 듯 하다. 실제 지난해 한국은 비트코인발(發) 투기 열풍에 후끈 달아올랐다. 직장인들 상당수가 비트코인 투자에 관심을 보였다. 수천 만원, 수억 원을 벌었다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인터넷에 공개한 논문 ‘비트코인: P2P 전자화폐시스템’은 어느새 황금알로 대접받았다. 물론 한국 당국의 잇따른 규제 조치로 2,000만원을 호가하던 1비트코인 가격은 반 토막 났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은 여전히 암호화폐계의 대장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비트코인이 뭐냐’는 설명에 앞서 사설이 길었다.

그러나 화폐로서의 가치를 묻는 질문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고, 전 세계 경제·정책 전문가들은 여전히 ‘암호화폐가 뭐다’라는 명쾌한 정의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트코인을 몇 줄로 설명한다면 앞서 언급한 논문의 내용을 정리하는 게 가장 빠르다. 사토시는 논문에서 ‘P2P 전자거래 및 상호작용, 금융기관의 필요성 상실, 암호학적 증명으로 중앙(신용·금융)기관 대체, 그리고 개입 없이 분산된 네트워크 자체가 신뢰 인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제적 대용물’이라고 주장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으로 얽힌 거래 검증 관계에서 성공한 채굴에 토큰으로 보상을 주는 것으로 생산자 역할을 맡겼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뭔가를 전송하는 대가로 일정한 수수료를 내는 소비자를 만들었다. 결국 블록체인으로 엮인 거래 참여자들이 ‘뭔가’를 주고 받는 것이고 비트코인은 그 ‘뭔가’인 셈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어떻게 될까? 오를까 내릴까?

일단 가격을 결정하는 비트코인의 수요와 공급, 사토시가 설계한 비트코인 유통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9년 도입 초기 10분당 50개 정도가 만들어졌다. 이후 4년마다 비트코인 공급량을 줄여 2140년 총 2,100만 개 정도만 발행되도록 구조를 설계했다.

중앙은행처럼 화폐를 무제한으로 발행할 수 없도록 인위적으로 발행량을 확정했다. 이에 대해 오일석 한국사이버안보법정책학회 연구이사는 “통화량 조절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인플레이션(통화량 증가로 인한 화폐가치 하락) 유발을 억제했다”며 “비트코인 관련 경제규모가 상승하면 오히려 디플레이션(통화량 축소에 의한 상품가격 하락)이 발생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의 정체성을 두고 논란은 상당기간 이어질 듯하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은 시나브로 실제 지급수단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물론 세금, 외화 송금 등 국가마다 비트코인의 법적 지위나 규제가 다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비트코인이 세상에 던진 화두는 명확하다.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금융기관·정부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고, 빈 자리를 개인간 신뢰를 바탕으로한 ‘탈중앙화’ 암호화폐가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탈중앙화된 비트코인 코드나 거래기록은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 깃허브(Github)에 가면 코드를 통째로 받을 수 있어 개인용 PC에 보관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달 초 현재 개발자들이 ‘좋아요’를 누른 숫자는 3만4,450건이나 되고, 포크(Fork) 즉, 그대로 복사해간 수도 2만849건에 이른다. 지난 10년간 거래기록은 용량이 꽤 된다. 한 개의 블록(약 1메가바이트(MB))에 약 2,000여 건의 거래기록을 저장할 수 있는데 전체 분산원장이 207기가바이트(GB) 정도 된다. 메가바이트로 환산하면 21만1,968MB, 4억2,393여 건의 거래 기록이 담긴 셈이다.

다시 한번 정의해 본다면 “비트코인은 현존하는 암호화폐 중 세계에 가장 널리 퍼진 공개된 분산원장이자 블록체인 세계에서 가장 오래 검증된 암호화폐”다./디센터유니버시티·보스코인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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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호 기자
derrid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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