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금융서비스당국(NYFDS)은 윙클보스 형제가 운영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트러스트와 블록체인 업체 팍소스트러스트가 신청한 ‘제미니달러’와 ‘팍소스스탠더드’ 발행을 허가했다. 모두 달러화와 연동하는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코인)이다. 이들은 발행사 측의 지급보증 능력이나 불투명한 운영으로 의혹을 받았던 테더나, 트루USD(TrueUSD)등 기존 스테이블 코인과 달리 제도권 테두리 안에서 발행되고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두고 유명 암호화폐 애널리스트인 조셉 영은 “윙클보스의 스테이블 코인이 당국의 허가를 받은 일은 올해 안에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을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다. 업계는 왜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과 허가에 이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이 코인이 실물경제와 암호화폐를 통합하는 첫 걸음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 달러 등과 같은 특정 법정 화폐, 금 등 특별한 자산의 가치에 고정돼 안정적으로 가치를 유지하는 암호화폐를 일컫는다. 암호화폐의 큰 가격 변동성 등 가치의 불안정성을 해결하고자 고정된 자산에 같이 가치를 매겨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하도록 돕는 게 목표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대표되는 암호화폐는 매순간 가치 단위가 바뀌는 ‘가격 변동성’을 특징으로 한다. 또 전 세계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특정 국가에서 선호하는 암호화폐 가격이 다른 국가 시장 가격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는 실제 지급 결제에 암호화폐를 활용하고자 할 때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매순간 지급해야하는 암호화폐의 단위가 바뀔 수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화폐’와 같이 토큰의 일정한 가치로 실제로 지급·결제가 가능하도록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바로 스테이블 코인이다.
에릭 부어히스 셰이프시프트(ShapeShift) CEO는 “(스테이브 코인인) 제미니 달러의 발행은 암호화폐 산업이 한 발짝 더 나아갔음을 의미한다”며 “현재 전 세계 금융업계는 암호화폐와 실물경제가 통합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급 결제뿐 아니라 블록체인 플랫폼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송범근 디콘 대표는 “현 시장에서 암호화폐가 실사용 측면에서는 요원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안정적인 매커니즘을 갖춘 스테이블 코인이 나온다면 디앱(DApp)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에 미국외에도 전 세계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고자 하는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0년 국내에선 생소하던 소셜커머스 분야에서 e커머스의 혁신을 가져온 ‘티몬(TMON)’의 창업자인 신현성 대표도 암호화폐의 가격 안정성을 해결하겠다며 스테이블 코인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 발행을 예고하며 e커머스 시장에 블록체인 상용화를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테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과 유사하게 여러 통화의 바스켓과 연동되는 암호화폐다. 신 공동창업자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게 된 계기에 대해 “블록체인이 실생활에 많이 쓰기기 위해선 가격 변동성을 억제해야 한다고 본다”며 “실생활에 접목될 수 있는 스테이블 코인을 고민하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유럽에서도 이미 규제 당국이 승인한 스테이블 코인이 등장했다. 지난달 유럽 중부에 위치한 리히텐슈타인의 은행인 유니언 뱅크는 규제당국인 FMA의 허가 아래 스테이블 코인 ‘유니언뱅크페이먼트코인(UBPC)’ 발행을 허가받았다. UBPD는 스위스 프랑화(貨)와 연계돼 가치를 보장받는다.
업계 관계자들은 암호화폐의 상용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스테이블 코인 발행 시도에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오영택 해치랩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스테이블 코인은 활용성 측면에서 매우 높게 평가된다”면서 “변동 폭 없이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사용자 경험을 확장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이 자산의 가치가 기존 자산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의문점을 드러내는 시각도 있다. 한 금융권 종사자는 “기존 화폐와 가치가 연계된 토큰이라면 기존 화폐를 운용하는 것이 사용성 측면에서 편리하다”며 “가치 상승을 담보하지 않는 암호화폐를 가지려고 하는 요인이 떨어진다”고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스테이블 코인보다는 암호화폐의 대중화에 있어 실제 서비스가 더 중요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헥슬란트의 한 개발자는 “제도권 진입이라는 측면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촉망받고 있지만, 디앱이나 실제 서비스 단의 활성화가 더욱 가치 있어 보인다”며 “아직은 진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해석했다. /신은동기자 edshin@decenter.kr
- 신은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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