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제도적으로 규정된 것도 없고 투기 대상이 될 우려가 있지만, 지금처럼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대하는 정부의 어정쩡한 입장은 안됩니다”
8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의 새로운 기회, 블록체인-ABC KOREA’ 두 번째 행사에서 노웅래 국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신산업 모델 육성을 위한 정부의 대책 강구를 적극적으로 요청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는 노 위원장과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 재단법인 여시재,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한국블록체인협회, 오픈블록체인산업협회 공동 주최로 개최됐다.
민병두 정무위원장은 발표를 통해 한국형 혁신성장의 고유한 비전인 ‘ABC코리아’를 제안했다. ABC코리아는 인공지능(AI), 블록체인(Block chain), 콘텐츠(Contents)로 미래산업을 이끌 4차 산업의 핵심 키워드다. 민 위원장은 “미래는 어느 한 분야만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경제의 틀을 바꿔야 한다”며 “또한 블록체인 같이 한 산업만 발전시켜서도 안 되고 사람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블록체인기술의 고용 파급효과에 대해 발표한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과 관련해 창출된 인력을 보니 지난 9월 기준으로 국내 29개 ICO(암호화폐공개) 프로젝트에서 599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며 “잠재적으로 2022년까지 보수적으로는 5만 명, 낙관적으로는 17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정부에서 발표한 반도체·미래차 등이 창출할 미래 일자리를 다 합친 것의 85%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암호화폐와 블록체인과 관련된 국내 기업들의 사업 확장과 해외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고우균 메디블록 대표는 “블록체인 관련 업계들은 은행 계좌를 개설할 때도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며 “거래뿐만 아니라 원화 입출금도 막혀 있어 한국에서는 ICO 등이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 또한 “업비트 외의 다른 중소 거래소들은 원화입금이 되지 않아 벌집계좌를 이용해 사고가 일어날 소지가 있다”며 “또한 해외 지사를 설립하거나 서비스 대금을 지급하는데에도 이러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정부가 산업의 발전 속도에 맞춰 제도적 장치를 발 빠르게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블록체인 업계 사람들은 절대 지금의 규제 없는 상황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언젠가 우리가 범법자처럼 몰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마음 졸이며 사업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민관 정보격차가 크다는 것”이라며 “국내 작은 프로젝트들은 자취를 감추고 거대한 기업들이 자신의 비즈니스를 토큰화하는 TBO나 개인들에게 세일하지 않는 형태들이 나타나는데 정부가 이를 빨리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 또한 “블록체인 생태계를 키워나가는데 있어서 거래소 역할이 큼에도 불구하고 룸사롱이나 카지노 같은 수준으로 취급한다”며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고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dec
- 원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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