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가 블록체인 산업을 제도화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변협은 블록체인 기술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핵심 기반 기술”이라고 정의하며 정부가 부정적인 시각을 거두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현 대한변협 회장은 8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블록체인 산업 관련 법령을 갖추어야 한다고 정부에 주문했다. 김 회장은 회견문을 통해 “세계 각국은 블록체인 산업을 발전시키는 한편 암호화폐에 관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자 앞다투어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관련 법령을 입법하고 블록체인 산업을 기존 제도권에 편입시키고 있다”며 “(이와 달리)우리 정부는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와 관련 그 부작용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춰 규제하고 있고 그 내용 또한 모호하고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다수의 국내 창업자들은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를 가지고도 불법을 우려해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포기하고 있다”고 했다.
대한변협의 주장은 암호화폐 발행과 판매를 전면적으로 허용하기보다는 현재의 제도 공백 상황을 없애야 한다는 데 무게추가 놓여있다. 김 회장은 이와 관련 “기본적으로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관련 행위를 적법한 것으로 허용하되 피해자 발생이 우려되는 등 규제가 필요한 부분은 구체적인 제한을 통해 규제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변협은 우선 암호화폐 거래소와 관련해서는 사실상의 인가제 도입과 내부거래를 막을 수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춰야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인적, 물적 자격요건을 설정해야 한다”며 “또 자전거래, 내부자거래, 자금 세탁 등을 막기 위한 내부거래 규제와 운영자가 임의로 암호화폐를 처분하는 등 거래소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ICO의 경우 기존 자본시장법으로도 규제 목적을 상당 부분 달성할 수 있다”며 “다만 증권형 토큰의 기준의 기준에 대해서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한변협은 이와 함께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외국환거래법의 적용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인가받은 자산운용사가 펀드 자산으로 암호화폐를 편입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정부가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번 회견문은 대한변협이 지난 7월 말 출범한 블록체인 태스크포스(TF)가 그동안의 검토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대한변협 블록체인TF에 참여하고 있는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물론 사기나 유사수신 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적정한 규제는 필요하다”며 “규제할 부분은 규제하고 풀어줄 부분은 풀어주자는 취지이며, 규제 공백이나 모호함은 오히려 혼란만 가중한다는 것이 대한변협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김흥록기자 rok@
- 김흥록 기자
-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