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진행됐던 비트코인캐시의 하드포크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있다. 대부분의 거래소들은 비트코인 ABC를 비트코인캐시(BCH)로 보고 비트코인SV(BSV)를 따로 상장시켰다. 그러나 9일 오후에 열린 업비트와 20일 오전에 열린 빗썸을 제외한 국내 거래소 중에는 SV 관련 공지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비트코인캐시 체인은 하드포크 시작과 함께 분리되었다. 이후 ABC와 SV 양 진영은 해시파워를 끌어모아 블록생성에 힘을 썼고, 하드포크가 시작된 지 약 2시간 후 ABC 진영의 체인이 6개 블록을 앞서며 SNS상에서 비탈릭 부테린과 로저버가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는 ‘6-컨퍼메이션’이라는 비트코인의 합의 때문이었다.

비트코인 백서에 따르면, 6개 블록의 차이가 생긴 이후 다른 체인이 이를 넘어설 확률이 급격히 낮아진다. 즉, 6-컨퍼메이션은 두 개의 체인이 동시에 블록을 생성할 때 먼저 여섯 개의 블록을 만들어 앞선 쪽을 다른 한쪽이 넘어설 확률이 극도로 낮기 때문에 앞선 체인을 메인체인으로 인정하자는 생태계 대다수 노드들 간의 합의다. 이 때문에 대다수가 ABC 진영에서는 메인체인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SV측의 크레이그 라이트는 하드포크 이전에 6-컨퍼메이션에 대해 동의한다는 입장을 취한 바가 없었다. 또, 이후 SV 진영에서 해시파워를 끌어모아 블록을 빠르게 생성해 한두 블록 정도 ABC 체인보다 앞섰고, 크레이그는 “해시파워 마라톤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내용의 트위터를 남겼다. 이 때문에 외신에서도 며칠 간 두 체인 간 블록 생성 상황을 뉴스로 내보냈다. 각 진영의 해시파워와 블록생성 현황을 보여주는 데이터 모니터링 업체 코인댄스에서도 현재 SV 측이 몇 블록을 앞질렀다 등의 정보를 계속해서 제공했다. 이후 해시파워는 두 진영이 비슷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 18일 코인댄스 측은 비트코인 캐시의 하드포크로 두 개의 체인이 지속 분리될 것으로 판단하고 ABC 진영의 체인을 비트코인캐시로 표기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대형 거래소들도 비트코인ABC를 비트코인캐시(BCH)로 표기하고, 비트코인 SV를 BCHSV 혹은 BSV로 표기해 상장했다. 체인 가격이 분리됐듯 ABC와 SV 가격 역시 비트코인캐시의 원 가격에서 약 3 대1로 쪼개졌다.

BSV는 현재 국내 거래소 중 업비트와 빗썸에만 상장된 상태다. 나머지는 ABC와 BSV와 상관없이 BCH만을 단독으로 표기하고 있다. 비트코인캐시가 상장된 다른 국내 거래소들은 BSV의 상장에 대해 확정 짓지 못한 상태다. 한 체인을 이루던 해시파워의 분열은 비트코인캐시라는 체인의 안정성과 보안성이 크게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리플레이 어택 방지’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상장한 거래소들도 불안해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Kraken)은 BSV를 ‘고위험 투자종목’으로 지목하며 리플레이 어택 방지용 지갑이 없고, 다른 체인으로부터의 공격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위험요소를 공지했다. 리플레이 어택이란 하드포크를 감행한 체인이 한쪽의 출금 정보를 가지고 다른 쪽에서도 코인을 출금할 수 있는 중복 출금이 가능한 점을 이용해 본 체인을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리플레이 어택에 대한 방지가 되지 않으면 두 체인이 같은 지갑 주소를 쓰게 되어, 개인 간 송금 시 문제가 발생한다. 국내 모 거래소 역시 “비트코인 캐시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두 코인의 상장을 조금 미루려고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캐시의 승자 없는 치킨게임이 계속되고 있고, 암호화폐 하락장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톰리 펀드스트랫 애널리스트는 이번 사태가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며 대량 매도를 발생시켰다며 연말 비트코인 가격 전망을 기존 2만 5,000달러에서 1만 5,00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의 유명 암호화폐 투자자 천웨이싱 역시 “어떤 하드포크도 메인 체인이 되지 못하는 이상 실패”라며 “이번 하드포크는 ABC와 SV 간의 치킨게임으로 비트코인의 핵심가치 탈중앙화가 훼손된 실패사례”라고 전했다. 전쟁의 당사자인 ABC진영의 우지한 비트메인 대표는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10년간 채굴자들은 다른 분야로 진출할 것”이라며 “(비트코인캐시 SV의 대표주자인 크레이그라이트가)이번 혼란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SV 진영의 크레이그 라이트는 트위터를 통해 “암호화폐는 투기가 아닌 통용 화폐를 위한 것”이며 “트레이드를 하기 위해 투자하는 이들에게 나는 끔찍한 악몽일 것”이라고 남겼다.

SV진영의 암호화폐 BSV가 상장된 이후로 ABC(BCH)와 BSV의 가격은 모두 하락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하드포크가 암호화폐 자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또, 다음 있을 하드포크에서도 분열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비트코인캐시의 다음 하드포크는 약 6개월 후로 예정되어 있다.
/민서연기자 minsy@decenter.kr

민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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