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암호화폐 시장은 ‘보물선 코인 사기’로 떠들썩했다. 보물선 인양을 내세우며 가짜 암호화폐를 발행한 뒤, 90억원 대 투자금을 끌어모았던 것이다. 암호화폐공개(ICO)의 어두운 면이 드러난 사건이었다. 이후 ICO를 대체할 여러 투자 유치 수단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거래소공개(IEO·Initial Exchange Offering)는 그 가운데서도 촉망 받는 수단으로 꼽힌다. 프로젝트 팀이 투자자에게 직접 암호화폐를 판매하지 않고, 거래소를 통해 투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장은 30일 경기 고양시 일산킨텍스에서 열린 ‘인사이드 핀테크(Inside Fintech)’ 행사에서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자금을 확보할 방법으로 IEO를 강조했다. 협회는 지난 1일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와 함께 제정한 ‘IEO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신 회장은 “ICO가 블록체인 기업들의 투자 유치 방법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지난해 5월 보스코인을 시작으로 수많은 국내 기업들이 ICO를 했다”며 “그런데 대부분 외국 법인으로 자금을 조달했고 투자 받은 규모도 밝히지 않아 정확한 통계조차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런 불투명한 ICO 환경 때문에 보물선 사기 같은 스캠(Scam) 프로젝트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이런 ICO 시장 상황을 직시하고 대안인 IEO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다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IEO의 개념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 단순히 거래소가 암호화폐를 상장한 뒤 이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을 경우 거래소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IEO는 거래소 상장으로 암호화폐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상장 직전에 투자금을 모집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IEO의 개념을 이같이 재정비한 협회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신 회장은 “이번에 협회가 제정한 IEO 가이드라인은 정부나 입법기관보다 먼저 제정한 산업계 규정으로, 이미 100여 곳 넘는 기업들의 동참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ICO의 단점을 보완하고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수단을 더욱 강화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이드라인에는 프로젝트 팀이 스스로를 평가한 뒤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게끔 하는 ‘셀프 체크리스트’가 포함됐다. 신 회장은 “셀프라서 효과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셀프 체크로 정보를 공개한 뒤 나중에 거짓 정보가 탄로나면 100% 스캠으로 취급 받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신뢰성 있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프로젝트들은 자금 모집 전 최소한의 결과물인 ‘MVP(Minimal Visible Product)’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ICO가 설계도만 내놓고 미리 분양하는 방식이었다면 IEO는 모델하우스 같은 최소한의 성과를 보여주면서 분양하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세부적인 면을 보여줘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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