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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스냅샷]AI 시대의 인재상..'충성심'이냐 '창의성'이냐



2034년 상반기 채용 일정 보고
수신 : CEO / 발신 : Human & Robot Resource
대표님께 상반기 채용 상황을 보고 드립니다. 2034년 상반기 중 기획, 개발, 마케팅 부서가 요청한 신규 휴먼 리소스는 15명입니다. 각 파트의 휴먼 리소스를 지원할 인공지능(AI) 서포터는 (주)휴머노미아의 ‘2033년 보급형 버전’ 15기 입니다.
입사 지원한 휴먼 리소스에 대한 심층 면접은 지난주 완료하였습니다. 최종 후보 30명의 명단 및 평가 자료는 별도 첨부하였습니다. AI 서포터 15기에 대한 직무 적합성 테스트도 완료하였습니다. 검토 후 최종 채용심의위원회 참여 일정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RE : 2034년 상반기 채용 일정 보고
휴먼 리소스의 평가 항목 중 조직 로얄티(Royalty) 배점이 너무 높습니다. 휴먼 리소스로부터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요구하는 것은 20세기말에나 있었던 인사 관리 기법이 아닌가요? AI 서포터로부터 필요한 직무 안정성을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면 휴먼 리소스 선발 기준은 창의성에 맞춰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휴머노미아가 개발 중인 2035년 버전의 AI 서포터에는 창의성 보조 기능이 더 강력하게 보강되었다고 합니다. 향후 휴먼 리소스 채용 계획에 반영해 주세요. 이상.

2034년 가상의 한 기술 기반 기업이 신규 채용과 관련 주고 받은 이메일을 상상으로 써 봤다. 이 때가 되면 현재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인 밀레니얼 세대도 40대가 된다.

AI가 인간 직원(휴먼 리소스)과 함께 회사의 모든 직무에 배치되고, 전문기업(휴머노미아라는 가상의 AI 기업)이 제작한 로봇을 마치 신입 사원처럼 채용(?)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인재 채용을 담당하는 부서 이름도 ‘휴먼 리소스(HR)’가 아닌 ‘휴먼 앤드 로봇 리소스(H&RR)’다.

인간과 AI가 함께 일하는 기업.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기업 인재상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가상의 이메일에서 회사 대표는 휴먼 리소스에 대해 ‘충성심’ 따위는 기대하지 말라고 한다. 업무 안정성과 연결되는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AI 서포터가 더 우월하다는 것. 사람을 써야한다면 AI가 100% 담당하기 어려운 ‘창의성’에 초점을 두라는 주문이다. 이메일 끝에는 그 창의성조차도 AI로 보강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는 ‘안티 휴머니즘(?)’ 지시를 덧붙인다.

기술 발달로 인간의 입지가 좁아진 ‘디스토피아’ 공상 과학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2019년 4월 현재로 돌아오자. “요즘 젊은 직원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 지 모르겠어요.” 시리즈A 투자를 받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 대표가 토로한 말이다. 직무에 대한 열의, 통통튀는 아이디어, 솔직함, 공과에 대한 철저한 보상 요구 등 밀레니얼 세대 인재의 좋은 점을 말하다가 덧붙인 한 마디. “그런데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없는 것 같아요.”

무슨 꼰대같은 말인가 했다. 시리즈B 투자가 늦어지면서 회사 상황이 다소 불안해지자,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그대로 두고 퇴사하겠다고 통보하는 직원들이 야속했단다.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보자며 야근을 불사했던 직원들이 고맙고, 꼭 보상을 해줘야지 하다가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며 떠나는 직원들을 붙잡을 수 없는 자신이 한 없이 작게 느껴졌다고.

사업을 한다는 것은 ‘날카로운 현실’에 ‘솜뭉치 같은 이상’을 비벼서 갈아 없애는 행위다. 조직 구성원들이 한 때 ‘이상’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다고 하더라도 충성심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

경영은 ‘이상’이 바닥 나기 전에 ‘현실’을 먼저 자각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조직 구성원들의 ‘현실’ 인식을 무디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경영자가 창의성에 빛을 비추면 충성심이라는 그림자가 생긴다. 빛이 사라지면 그림자도 사라진다.

RE: RE: 2034년 상반기 채용 일정 보고
대표님 지시대로 휴먼 리소스에 대한 평가 배정을 조정하였습니다. 다만, AI 서포터로 충분한 창의성을 창출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충성심을 보여주는 휴먼 리소스가 AI 서포터와 함께 균형 있게 선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시대에 충성심은 희소성이 높은 가치입니다. 제 견해는 회사와 대표님에 대한 충심이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James Jung기자 jms@decenter.kr
정명수 기자
jms@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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