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지난달 23일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바이낸스 체인’의 메인넷을 선보였다. 이더리움의 ERC-20 표준으로 발행된 바이낸스코인(BNB)을 바이낸스 체인 고유의 BEP2 기반 BNB로 바꾸는 토큰스왑(Token Swap)도 함께 진행했다.
같은 날 바이낸스 체인의 첫 번째 디앱(DApp·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인 바이낸스 덱스(DEX, 탈중앙화 거래소)도 세상 밖으로 나왔다. 바이낸스는 “바이낸스 덱스는 2개월간의 테스트넷 기간을 거쳤고, 그 기간 동안 850만 건의 거래가 이루어졌다”며 이미 덱스에도 상당한 거래 데이터가 쌓였음을 강조했다.
창펑쟈오 바이낸스 CEO는 지난 2월 진행한 AMA(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서 “지금 당장은 바이낸스 체인의 목표가 간단하다. 체인 상에서 덱스를 가동하는 게 그 목표”라며 “실제 상용화 사례를 보여준 다음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고, 모두가 노드(블록체인 상 참여자)가 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단은 바이낸스 체인의 역할을 덱스 상용화에 집중시킨 뒤 향후 체인의 네트워크를 넓힌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바이낸스는 왜 시장에 나와 있는 기존 블록체인 플랫폼들을 활용하지 않았을까. 바이낸스가 기존 덱스의 문제점이었던 부족한 유동성과 느린 거래 속도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로 덱스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바이낸스의 바람대로 바이낸스 덱스가 기존 바이낸스 거래소만큼의 거래량을 확보한다면, 현존하는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들은 그 엄청난 거래량을 감당할 수 없다. 바이낸스 덱스만을 위한 플랫폼이 필요했던 이유다.
바이낸스는 “바이낸스 체인은 애플리케이션 측면에선 단순한 체인이지만 매우 많은 거래량을 처리할 수 있다”며 “바이낸스 덱스는 현재 바이낸스가 처리하는 것과 동일한 양의 거래를 처리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또 “바이낸스 덱스는 테스트넷에서도 중앙화 거래소에서 처리하는 거래량만큼의 거래를 초당 2천 건의 속도로 처리할 수 있다”며 “이는 블록 확정 시간이 1초인 바이낸스 체인 덕분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한 가지 상용화 사례에 초점을 맞춘 점이 바이낸스 체인의 특이사항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바이낸스 체인은 메인넷 출시와 동시에 가장 강력한 유스케이스(Use Case)를 갖게 됐다”며 “시작부터 ‘킬러 디앱’이 생긴 것”이라고 표현했다.
블록체인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보상 프로젝트인 미스릴(Mithril)은 바이낸스 체인 메인넷 출시에 맞춰 이더리움에서 바이낸스 체인으로 플랫폼을 옮겼다. 바이낸스 덱스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도 참여했다. 바이낸스 체인 테스트넷 출시 당시엔 8개의 디앱 프로젝트가 이더리움에서 바이낸스 체인으로 플랫폼을 옮기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추세엔 바이낸스 체인과 협업할 경우 바이낸스에 상장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영향을 미쳤다. 디인포메이션닷컴은 “바이낸스 체인은 바이낸스 상장 가능성과 런치패드 상장 우선권으로 프로젝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 현재로서는 바이낸스 체인이 다양한 디앱을 위한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자리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콘트랙트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이낸스 체인은 코스모스의 텐더민트(Tendermint) 합의알고리즘을 수정해 사용하며 코스모스 SDK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자체 스마트 콘트랙트 프로토콜을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스마트 콘트랙트의 활용 없이, 블록체인의 토큰 발행 시스템만 이용해야 바이낸스 체인을 선택할 수 있다.
창펑쟈오 CEO도 바이낸스 체인이 이더리움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 즉 ‘이더리움 킬러’가 될 순 없다고 밝혔다. 그는 “바이낸스가 이더리움에 도전하기 위해 자체 블록체인을 개발했다”라는 제목의 CCN 기사에 대해 “스마트 콘트랙트가 없기 때문에 이더리움에 도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바이낸스 덱스가 바이낸스 (중앙화) 거래소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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