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암호화폐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금융, 카드, 이커머스 등 기존 산업 뿐 아니라 암호화폐, 핀테크 등 혁신 산업 전반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구축한 페이스북의 거대한 사용자 네트워크에 결제, 송금 등 금융 기능이 추가됨으로써 연관 산업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용자 데이터 남용, 독점적 시장 지위에 대한 논란 역시 가열될 전망이다.
프로젝트 리브라는 데이비드 마커스가 총괄 지휘자다. 모바일 결제의 대명사인 페이팔 대표 출신이다. 토큰 이름은 이 프로젝트의 지향점을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 ‘글로벌코인(GlobalCoin)’, 전 세계 20억명 이상을 회원으로 둔 페이스북이 말 그대로 ‘글로벌 화폐’를 만들겠다는 것.
페이스북은 글로벌코인 운영을 위한 별도의 독립재단을 설립한다. 네트워크 노드는 100개 수준으로, 노드 운영권은 1,000만달러에 판매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를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통상의 암호화폐와는 선을 긋고 있다. 중앙화된 서비스라는 비판이 벌써 나온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이 글로벌코인을 만들려는 이유는 뭘까.
페이스북 수익 구조도 한계를 노출했다. 작년 매출 406억달러 대부분이 광고 수입이다. 사용자 데이터를 이용한 광고는 정보유출, 정보주권이라는 벽에 막힐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수익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글로벌코인이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바클레이즈증권은 글로벌코인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2021년까지 30억~190억달러의 추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페이스북2.0은 금융, 그것도 코인 기반 글로벌 금융을 정조준하고 있다.
글로벌코인은 페이스북 내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의 결제 수단으로 설계됐다. ATM 터미널에서 법정통화와 글로벌코인을 환전, 다른 상품과 서비스 결제에도 이를 쓸 수 있도록 돼 있다.
포브스는 글로벌코인 결제 가맹점을 늘리기 위해 페이스북이 보조금 지급을 고려하고 있으며 초기에는 최소한의 수수료로 결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비자, 마스터 등에 냈던 결제 수수료를 대폭 낮춤으로써 가맹점들을 유인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코인은 그 가치를 법정통화와 전통적인 자산에 연동시키는 스테이블코인이다. 테더처러 달러에 1대1로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 있지만, 페이스북의 글로벌코인은 특정 통화가 아닌 여러 통화를 묶어서 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이 확보한 전 세계 사용자 수를 감안할 때 글로벌코인은 기존 스테이블코인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기존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예치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에 신뢰도 측면에서도 글로벌코인은 경쟁력이 높다.
페이스북은 글로벌코인의 가격 안정을 위해 10억달러를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수의 벤처캐피탈과 접촉하기도 했다.
이처럼 글로벌코인은 기존 금융 결제 시장에서 암호화폐 시장까지 신구 금융시장 전반을 뒤흔들 파급력을 내포하고 있다. 테크크런치는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페이스북이 거대 금융회사와 핀테크 업체의 엉덩이에 불을 붙였다”고 썼다.
페이스북 사용자는 자신의 개인정보와 데이터가 어떤 식으로 활용되는지 잘 모른다. 광고를 내는 기업과 광고를 보는 개인 사이에 페이스북이라는 중간자가 존재하고, 그 과실의 대부분을 가져간다. 중간자를 인정하지 않는 블록체인 기술 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글로벌코인도 통상의 암호화폐와 다르다. 독립재단을 만든다고 하지만 노드 운영자를 제한하고 있고, 네트워크 참여를 위해서는 거액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페이스북은 블록체인 철학과 탈중앙 이데일로기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기존 암호화폐를 발전시키기 보다는 판 전체를 새롭게 짜서 비트코인을 대체하는 코인을 만들겠다는 것. 주커버그가 금융당국과 밀착, “중앙의 힘으로 토큰을 확산시킨다”는 전략을 쓰는 것도 “나는 기존 암호화폐와는 다른 길을 간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포브스는 주커버그의 이러한 전략이 일종의 도박이라고 분석했다.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이미 독점 논란에 휩싸여 있고, 더구나 금융 결제 산업은 전통 산업군 중에서도 정책 당국자의 인허가권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James Jung기자 jms@decenter.kr
- 정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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