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웹, 모바일 게임의 장르가 블록체인 기반 게임으로도 스며들고 있다. 게임계의 원조 강자인 MMORPG, 수집형 RPG 등 RPG(롤플레잉게임) 장르 역시 게임 디앱(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친숙한 게임 스타일을 무기로 블록체인 기반임에도 꾸준한 이용자를 창출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이오스 기반 수집형 RPG ‘언리미티드 타워(Unlimited Tower)’는 매일 300~400명의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매일 게임을 플레이하는 마니아 이용자도 100명 정도다. 게임 디앱 중 이용자가 가장 많은 게임이 1,000~2,000여명의 일 이용자를 보유한 것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수치다. 현재 언리미티드 타워는 디앱 통계 사이트 디앱닷컴을 기준으로 이오스 게임 중 5~6위를 유지하고 있다.
정설민 데브투스 개발팀장은 디센터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0월부터 개발을 시작한 게임이 어느덧 이오스 게임 5위가 되고, 3명이었던 개발 인원도 13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데브투스는 국내 블록체인 엑셀러레이팅 기업 메인블록의 사내벤처로, 정 팀장은 지난해 9월 룸네트워크 해커톤에서 수상한 것을 계기로 메인블록의 지원을 받게 됐다.
수집형 RPG답게 언리미티드 타워에는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서번트(servant)와 70종의 몬스터들이 존재한다. 서번트의 외모와 능력치는 직업별로 모두 다르다. 이용자들은 서번트 5명과 몬스터 5마리로 파티를 꾸려 전투를 벌일 수 있고, 승리하면 이오스(EOS)도 얻을 수 있다. 이 전투는 타워의 각 층에서 펼쳐진다. 이용자들은 층을 정복하기 위한 전투를 벌이고, 이 중 1등이 된 이용자는 24시간 동안 층을 지켜내야 한다. 24시간 동안 다른 이용자들의 공격을 방어해 층을 정복하면 게임 과정에서 쌓인 EOS를 획득할 수 있다.
정 개발팀장은 “일반적인 게임은 게임 개발사가 게임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얼만큼을 갖게 되는지 알 수 없지만, 블록체인의 스마트 콘트랙트상에선 수익이 얼마나 쌓이는지 다 보인다”며 “쌓인 EOS의 50%를 이용자에게 돌려주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의 매력인 이용자 보상을 확실히 마련해뒀다는 설명이다.
정 개발팀장은 “캐릭터 뽑기 과정과 장비를 장착하고 해제하는 과정, 전투가 시작되고 종료되는 것 모두 블록체인에 기록된다”며 “이용자 대비 거래 수가 많이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언리미티드 타워의 거래량은 이오스 게임 디앱 중 이용자 수 1, 2위인 게임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모든 정보를 블록체인에 올리는 이유는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블록체인 기반 게임의 매력을 최대로 만들기 위함이다. 정 개발팀장은 “일부 거래 내역만 올리는 게 더 쉬울 수 있지만, 이오스 플랫폼상 거래를 많이 일으킬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언리미티드 타워를 플레이하는 이용자들이 이오스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게끔 했다”고 밝혔다.
다만 모든 내역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속도 지연되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저 개발팀장은 “블록체인 기반인 만큼 기존 온라인 게임보다는 속도가 더딘 게 사실”이라면서도 “게임상 정보를 최적화, 동기화하는 과정을 연구해 속도를 많이 올렸고, 모든 정보를 블록체인에 올려도 게임 플레이에 지장이 없을 정도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특징을 가진 언리미티드 타워는 이달 중 모바일 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안드로이드 버전을 먼저 출시한 후 iOS 버전을 선보인다. 정 개발팀장은 “블록체인의 대중수용(Mass Adoption)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는 게임이고, 그중에서도 진짜 재미있는 게임이 있어야 한다”며 “사람들에게 친숙하고도 재미있는 게임이 될 차기작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오스가 아닌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 박현영 기자
- hyun@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