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을 기반으로 구축되던 탈중앙화 금융(De-fi, 디파이) 생태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더리움은 여전히 디파이 서비스를 가장 많이 보유한 블록체인 플랫폼이지만, 성능상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최근 등장하는 서비스는 이더리움 외 다른 플랫폼도 눈여겨보고 있다.
이더리움, 디파이의 중심
이더리움은 그동안 디파이 서비스가 선택하는 블록체인 플랫폼 중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디파이 데이터 제공 사이트 디파이프라임(Defiprime)이 분석한 197개 디파이 서비스 중 179개가 이더리움 기반이다. 이더리움이 디파이 서비스로부터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이유는 기존 디앱(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이 이더리움을 택한 이유와 유사하다. △탈중앙화된 네트워크 △암호화폐 거래소 상장에 유리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여러 블록체인 플랫폼이 운영방식에 있어 탈중앙화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은 가운데, 이더리움의 운영방식 및 네트워크는 충분히 탈중앙화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제이 클레이튼(Jay Clayton)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 의장도 증권이 아닌 암호화폐의 예로 이더리움(ETH)을 들며 “이더리움의 네트워크는 충분히 탈중앙화돼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탈중앙화 네트워크가 안정적으로 형성돼있는 만큼, 중개자 없는 디파이 서비스를 구축하기에 적합하다.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 서비스가 자체 토큰을 발행할 경우 거래소 상장에도 유리하다. 암호화폐 거래소 대부분은 이더리움(ETH)은 물론 이더리움의 토큰 발행 표준인 ERC-20 기반 토큰들의 거래를 지원한다. 블록체인 기업 헥슬란트는 지난 19일 발행한 ‘디파이 생태계 진단 보고서’에서 “이더리움에 디파이 서비스가 가장 많은 것은 최초의 블록체인 플랫폼화로 네트워크 측면에서 안정적이며 거래소 상장에 무난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더리움의 성능은 금융 서비스를 구현하기엔 충분하지 않다. 이더리움 2.0이 개발되고 있지만, 현재 이더리움은 느린 거래 처리속도와 부족한 확장성 등 성능상 한계가 있다. 또 거래할 때마다 GAS비(일종의 수수료)로 불리는 수수료가 발생한다. 많은 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힘들다. 그렇다면 디파이 서비스들은 어떤 대안을 모색하고 있을까.
기존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 서비스는 이더리움 외 다른 플랫폼도 추가로 활용하는 멀티체인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 서비스 중 제일 높은 점유율을 가진 메이커다오(MakerDAO)다. 메이커다오는 최근 이더리움 확장성 개선 프로젝트인 룸네트워크(Loom Network)와 손을 잡고, 트론과 바이낸스체인에서도 메이커다오의 스테이블코인 다이(DAI)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룸네트워크는 이더리움의 ERC-20 기반 토큰들을 트론 등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전송할 수 있는 ‘게이트웨이’를 제공한다. ERC-20 기반 토큰인 DAI는 게이트웨이를 통해 트론 블록체인으로 전송되고, 트론의 토큰 발행 표준 TRC-20 기반으로 바뀌어 유통된다.
이는 메이커다오의 디파이 서비스가 다른 플랫폼으로도 확장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메이커다오의 기본 서비스는 이더리움(ETH)을 담보로 DAI를 빌려주는 랜딩(Lending) 서비스로. 사용자 수가 증가할수록 ETH 전체 발행량 중 상당 비율을 메이커다오가 소유하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남두완 메이커다오 한국 대표는 “이미 ETH 전체 발행량의 1.5%가 DAI를 위한 담보로 잡혀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멀티체인 방식을 도입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며 “디앱 수가 많고 가장 빨리 작동될 수 있는 트론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룸네트워크 측도 블로그를 통해 “그동안 트론 플랫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스테이블 코인은 테더(USDT)였지만, DAI가 트론 기반으로 발행되면 트론 디앱도 DAI를 다수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룸네트워크의 게이트웨이를 활용하는 디파이 서비스도 늘어날 전망이다. 룸네트워크 측은 “컴파운드(Compound), dYdX 등 DAI를 사용하는 디파이 서비스도 그동안 이더리움 블록체인에만 제한돼있었다”며 “이런 서비스가 게이트웨이를 활용하면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에서도 운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오스 기반으로도 개발…기존 서비스와 유사하기도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과 이더리움을 함께 사용하는 멀티체인 방식을 떠나, 새로운 플랫폼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더리움보다 거래 처리속도가 빠른 이오스를 기반으로 기존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 서비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개발한 사례도 나온다.
이오스 기반 디파이 서비스인 ‘EOSDT’가 그 예다. EOSDT는 이오스(EOS)를 담보로 맡기고 스테이블코인 EOSDT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메이커다오의 랜딩 서비스와 흡사하다. 헥슬란트는 보고서에서 “이오스는 메인넷에 RAM 대여, EOS 스테이킹 등 금융 시스템에 적용될 기능이 탑재됐으며 거래 처리속도 및 수수료에 관한 문제도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오스 역시 단점이 존재하는 탓에 디파이 서비스의 다른 플랫폼으로의 확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헥슬란트는 “고객이 직접 계정 생성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과 이더리움보다 상대적으로 네트워크가 불안정한 것이 이오스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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