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에서 발급받은 탈중앙 ID(Decentralized Identifier)로 별도 인증 절차 없이 미국 기반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 DID 하나만 있으면 아마존(Amazon)에서 간편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김영린 DID 얼라이언스 코리아(DID Alliance Korea) 회장이 그리는 미래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에서 김영린 DID 얼라이언스 코리아 회장을 만났다. DID 얼라이언스 코리아는 DID 기술 표준을 정립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전 세계에 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해 표준화된 DID 기술 확산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현재까지 약 2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신한카드, KB국민카드, 한국투자증권 등 금융권부터 신한DS, 마크애니, 디지털존 등 기술 기업까지 다양한 기업이 함께 한다. DID 얼라이언스 코리아 관계자는 “향후 참여 기업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국내 DID 시장에선 SK텔레콤과 아이콘루프가 주요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30일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 2019)’ 메인 행사인 ‘디파인(D:FINE)’ 강연에서 “블록체인 생태계 활성화의 일환으로 DID를 위한 블록체인 네트워크 및 서비스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SKT는 정부 블록체인 시범 사업 일환으로 KT, LG유플러스, 삼성전자,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코스콤 등과 공동으로 ‘모바일 전자증명(자기주권 신원지갑)’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아이콘루프의 DID인 마이아이디(my-ID)는 ‘디지털 신원증명 플랫폼’이다. 김근재 아이콘루프 ID사업총괄이사는 “신분증 역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에 신분증을 담겠다는 의미다. 아이콘루프의 마이아이디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 따른 혁신금융서비스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지정됐다. 처음에 DID를 발급할 때 금융기관에서 연관 개인정보를 인증해준다. 이후 개인은 한번 발급된 DID를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
김 회장은 “SKT와 아이콘루프는 국내만 보고 있는 것 같다”며 “국내 시장에 블록체인을 도입해선 특별히 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이미 인증체계 및 결제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회장은 “해외 유수 기업과도 (DID얼라이언스 코리아) 합류를 논의 중”이라며 “중국, 인도, 아프리카 등의 시장에서 DID 표준화가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영린 회장은 향후에 DID가 사물인터넷(IoT)과도 결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원인증을 넘어서서 사물을 인증하는 데도 DID 기술이 사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된 분야 가운데서 DID가 매우 경쟁력 있는 분야”라고 주장했다.
/도예리기자 yeri.do@decenter.kr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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