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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특금법 개정, 이제 적용에서의 혁신을 기대하며!


지난달 21일 드디어 업계의 관심을 받아오던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였다. 특금법 개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암호화폐의 등장으로 자금세탁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특금법 개정의 필요성을 적극 개진하고 있다. 국회의 파행만 없다면 연말 전에라도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금법 개정안(김병욱 의원안)이 제안된 건 지난 3월이고 그간 특금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있기는 했지만, 개정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고 업계의 입장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최근 한국블록체인협회의 의견 전달 정도가 있었을 뿐이다. 그 많은 논란의 결론치고는 너무 허술하다고 할까? 현재의 특금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밝혀 온 필자로서는 현재의 개정 과정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먼저 특금법 개정안의 내용을 보자. ‘가상자산’이라는 개념이 법률로 포섭되었다. 국제자금세탁위원회(FATF)의 권고안의 개념을 그대로 가져왔다. 그러나 권고안에 있는 “can be used for payment or investment purpose(지급이나 투자의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부분은 포함되지 않음으로써 그 범위가 넓게 해석될 여지를 남겨 두었다. 통상 기능형(utility) 토큰으로 지칭되어 온 토큰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에 대한 논란을 남겨두게 되었다. ‘가상자산 사업자’의 개념 또한 매우 넓게 정의된다. 매수, 매도, 교환, 이전, 보관, 관리, 중개, 알선 등이 포함되다 보니, 사실상 가상자산을 취급하는 사업을 모두 포괄하게 된다. 그 중 ‘이전’에 대해서만 시행령에 의해 제한될 수 있는 정도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반드시 신고하고 사업을 하여야 하며, 신고(또는 신고수리)없이 사업을 하게 되는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특금법이 신고수리의 요건으로 FATF가 요구하지 않는 두 가지 추가적인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의무(ISMS)와 실명확인 입출금서비스 사용의무이다. ISMS를 반드시 일률적으로 적용해야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개정안에 예외 조항을 두지 않아 시행상의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실명확인 입출금서비스는 더 문제다. 가상자산 사업자가 특금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실명확인 입출금서비스의 사용이 왜 강제되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특금법이 적용되기 전에야 실명확인 입출금서비스를 통해서 사실상 자금세탁을 방지하였던 것이지만, 특금법이 개정되어 특금법상의 자금세탁방지의무를 온전히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왜 필요한 것일까? 더욱이 커스터디(custody) 서비스나 월렛(wallet) 서비스와 같이 은행계좌 자체가 필요 없는 서비스가 있는데 말이다. 그나마 다행히 예외를 둘 수 있는 규정은 두었지만 불필요한 요건으로 제도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현재의 상황으로 보면 법사위의 자구 수정 이후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특금법은 개정 후 1년 뒤 시행을 예고하고 있어 시행령 등이 마련되고 실제 시행까지는 1년 정도의 기간이 남아 있다. 특금법 개정으로 암호화폐 사업이 제도권 내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개정안의 시행은 블록체인 산업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점 또한 명백해 보인다. 암호화폐가 자금세탁의 수단이라는 오명을 벗으면서도 블록체인 산업이 제대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 행정에서의 혁신을 기대하며, 몇 가지 제안을 해 보고자 한다.

먼저 금융위나 금감원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암호화폐 정책을 끌고 가야 한다. 이점을 생각하면 특금법을 통해 암화화폐가 제도권 대로 들어오게 된 것이 다행인 면도 있다. 기존의 가상화폐 TFT와 같이 모든 부처가 관여하는 정책기구는 속도와 방향성을 가지기 어렵다. 또한 법령에 대한 해석이나 가이드라인을 선제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해석상에 논란이 있거나 시행령으로 위임된 사항들이 다수 있다. 지금과 같이 법원이 판결을 내릴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안이한 태도로는 빠르게 성장하는 블록체인 산업에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몇 장짜리 보도자료가 아니라 충실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산업에 방향타가 되어야 한다. 나아가 산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전문가들이 정책 입안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관이 함께 워킹그룹을 결성하거나 산업계와의 주기적인 소통 창구를 만드는 것도 유용할 것이다. 법령의 자구에 매달리지 말고 산업계의 현황과 필요를 이해하고 유연한 해석과 적용이 필요하다.

암호화폐에 대한 일각의 우려는 당연하다. 사기, 다단계 등 불법은 엄단해야 한다. 그러나 규제의 부재에 따른 폐해 또한 인정하자. 그간 얼마나 많은 혼란을 겪어 왔던가. 지금까지는 벼와 잡초를 구분하기 어려워 일단 놔두었다면, 이제는 제대로 잡초를 뽑고 벼를 길러야 할 때이다. 산업이 성장기에 접어들 수 있도록 혁신적인 행정이 다시금 요구되는 이유이다./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심두보 기자
shim@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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