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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브레이커 도입 어려운 암호화폐 거래소, 투자자 보호 기능 절실

암호화폐 거래 시장의 특성 상 서킷브레이커 도입은 어려워
투자자 보호할 수 있는 다른 기능 고려해야
암호화폐 선물·마진 시장에서는 서킷브레이커 유사 기능 도입 효과 있을 수도

  • 노윤주 기자
  • 2020-03-24 11:45:32
서킷브레이커 도입 어려운 암호화폐 거래소, 투자자 보호 기능 절실
/출처=셔터스톡

지난 3월 13일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짧은 시간에 큰 폭 하락한 후 “암호화폐 시장에도 서킷브레이커와 같은 투자자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암호화폐 거래 시장의 특성상 서킷브레이커 도입은 어려워 보인다.

‘13일의 금요일’ 이후 “암호화폐 서킷브레이커 도입하자” 목소리 나와
서킷브레이커는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급락하는 경우 거래를 일시 중단 또는 정지시키는 제도로 1987년 뉴욕 증시가 폭락했던 블랙 먼데이 이후 도입됐다. 국내에는 1998년 도입됐다. 코스피 또는 코스닥 지수가 전일 대비 10% 폭락한 상태로 1분이 넘어가면 발동한다.

비슷한 개념으로는 선물 시장의 가격 증감 폭이 전일 대비 5% 이상으로 1분간 이어질 경우 프로그램 매매 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시키는 사이드카가 있다.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 모두 증시 급락에 따라 손실을 보게 될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다. 과열된 거래의 흐름을 깨면서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에도 이와 같은 투자자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가격제한폭이 없고, 24시간 거래되는 암호화폐 시장의 경우 단시간 내 큰 가격 변동이 생기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3일 세계 증시 폭락과 함께 암호화폐 시장도 큰 하락을 보였다. 전날인 12일 빗썸 기준 최고 954만 9,000원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13일 전날 최고가 대비 42.45% 하락한 549만 4,000원으로 후퇴했다.

암호화폐 현물시장에서는 서킷브레이커 도입 어려워…탈중앙화 정신에 반한다는 논란도
서킷브레이커 도입이 거론됐지만, 암호화폐 시장 특성상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우선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각자의 오더북을 사용하고 있다. 거래 및 주문 시스템이 거래소마다 별개로 운영된다. A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거래가 멈추더라도 B 거래소에서는 정상적으로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특성으로 미뤄보아 일부 거래소가 개별적으로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하더라도 ‘시장 과열 방지’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거래소마다 상장 종목이 겹치는 것도 서킷브레이커 도입이 힘든 이유 중 하나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시가총액 최상위 종목들은 거의 모든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일부 거래소에서만 거래가 멈춘다면 동일 종목에 대한 거래소 간 가격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 차익거래(arbitrage) 발생 가능성이 높은 환경이다.

김성아 한빗코 대표는 “필요한 기능이기는 하나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서킷브레이커 본래의 효과를 그대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거래소마다 개별 오더북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 기능을 개별적으로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암호화폐 가격 변동성이 커질 때 거래소 간 가격 차이가 나게 된다면 오히려 더 큰 투자자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마감 없이 24시간 내내 거래가 이뤄지는 특징도 고려해야 한다.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가 시차까지 고려하면서 동시에 거래를 중단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큐리스 왕(Curis Wang) 비트루 대표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서킷브레이커 도입은 실현될 수 없다”며 “개별 거래소마다 서킷브레이커를 도입하며 차익거래만 심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큐리스 왕 대표는 “거래 과정에서 거래소가 개입해 거래를 멈추게 하는 것은 탈중앙화 개념을 완전히 위반하는 것”이라며 “거래소가 거래를 도와줄 수는 있지만, 거래에 깊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 보호 위한 ‘새로운 기능’ 도입은 필요하다”
거래를 잠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 도입은 힘들지만, 투자자 보호 기능이 필요하다는 데는 업계가 공감대를 이뤘다. 암호화폐 시장 특성을 고려해 가격 변동성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아 대표는 “주문 사고를 방지하거나 투자자에게 주문을 경고하는 기능은 빠르게 추가할 수 있다”며 “시장가격과 주문가격 차이가 크거나, 다른 거래소와 시세가 많이 다르다면 주문 전 투자자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기능이 그 예시”라고 설명했다.

현물 시장과는 별개로 선물·마진 암호화폐 거래소는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투자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최근 후오비의 암호화폐 선물 상품 거래소 ‘후오비DM’에 서킷브레이커 기능을 도입한다 밝혔다. 시장 가격과 청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차이 날 경우 청산을 일시 중단하는 기능이다. 마진 비율이 ‘0’이 되기 전에 점진적으로 포지션을 줄여나가는 ‘부분 청산’도 도입했다.

시애라 선(Ciara Sun) 후오비 그룹 글로벌 비즈니스 부사장은 서킷브레이커를 도입하면서 “변동성은 사용자에게 차익거래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아주 높은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며 “암호화폐 시장의 잠재력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사용자가 자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거래 경험을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성아 대표는 “선물·마진 시장에서는 가격 변동에 따른 연속 청산이 일어나면서 가격 급락이 심해질 수 있다”며 “지난 13일 암호화폐 급락장에서도 선물 거래소의 비트코인 가격이 현물 거래소보다 20% 낮았다”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선물시장의 가격 하락으로 현물 시장 투자자도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선“물시장에서는 현물시장과는 별개로 가격 급등락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윤주기자 daisyroh@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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