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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인터뷰]'니트컴퍼니', 월급은 없지만 동료가 있는 백수들의 회사

니트생활자, 무직자를 위한 가상회사 '니트컴퍼니' 만들어

같은 상황의 동료와 함께하면 '든든'

가상회사지만 소속감 느낄 수 있어

니트컴퍼니 서울역점 입구에 회사 간판이 걸려 있다./ 사진=노윤주 기자


서울역 인근, 조용한 주택가 골목에 '무직자들'이 모인 작은 회사 '니트컴퍼니_서울역점'이 있다. 니트컴퍼니 직원은 모두 취업준비생 또는 퇴사자다. '회사를 다니는 데 백수라니? 가능한 이야기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니트컴퍼니에서는 가능하다. 무직자를 위한 가상회사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매주 4일씩 회사에 출근하면서 공통 업무와 개인 업무를 수행한다. 점심시간이면 회사 건물 1층 백반집이 구내식당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누가, 왜, 무직자들을 모아 놓은 회사를 차린걸까? 지난 20일 니트컴퍼니 프로젝트를 운영 중인 박은미 니트생활자 공동대표와 전성신 팀장을 만났다.


'혼자'라고 느끼는 무직기간…'든든함' 나누고 싶어 니트생활자 조직


박은미 대표는 퇴사자들과 '든든함'을 나누고 싶어 니트생활자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여러 번 퇴사를 경험하면서 항상 혼자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소속감이 없다는 불안감, 고립된 느낌 때문에 조건이 맞지 않더라도 급하게 취업을 했고, 결국 다시 퇴사를 반복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에 퇴사할 때는 퇴사 동기가 있었는데 그게 되게 든든했다"며 "다른 퇴사자들과도 우리가 느꼈던 든든한 감정을 나누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니트생활자의 첫 활동은 지난해 2월 진행했던 '한양 도성 걷기'였다. 아무도 오지 않을 줄 알았던 예상과 달리 12명이라는 인원이 참가했다. 처음 치고는 좋은 성과였다. 이후 용산역 워킹투어, 서점에서 보물찾기, 썸머 워크샵 등 무직자 혼자서 하기에는 어렵지만, 같이 하면 쉬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활동 영역을 넓힌 것은 서울시 NPO 지원센터의 멘토링을 받으면서다. 박 대표는 "비영리 스타트업 관련 지원을 받으면서 이 활동을 조금 더 지속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니트컴퍼니 아이디어도 이때 탄생했다"고 말했다.

전성신 니트생활자 팀장(좌)과 박은미 공동대표(우)/ 사진=노윤주 기자


가상이지만 소속감 느껴…온·오프라인 가상회사 모두 가능


니트생활자는 올해 초 카카오 프로젝트 100과 협업해 온라인 가상회사인 '니트컴퍼니_카카오점'을 운영했다. 80명 이상이 온라인 니트컴퍼니에 입사했다. 오프라인에서는 수용할 수 없던 규모다. 입사자들은 100일 동안 매일 수행해야 할 업무 한가지씩을 스스로 정하고, 해나갔다. 이 업무는 시 필사하기, 조깅하기 등으로 실제 회사에서 하는 업무와는 사뭇 다르다. 무직생활 속 자칫 무너질 수 있는 생활 루틴을 유지하기 위한 업무들이다.

박 대표는 "실험적이었다"며 "처음에는 온라인 만남으로도 생활 루틴을 잡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젝트 100이라는 시스템이 있고, 업무 유형에 맞춰 팀을 나눠 관리하다 보니 어느 정도 소속감도 생기고, 루틴을 잡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오프라인의 경우 더 끈끈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고, 생활 루틴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공간과 수용 인원의 한계가 존재한다. 서울역점 참여자들은 △회계 △홍보 △인사 △사내복지 △사회공헌 △대외협력 △디자인 등 각자의 직무를 가지고 있다. 한 주에 하나씩 공통 업무를 선정해 워크숍을 하고, 협업한다. 나머지 시간에는 공부, 취업 준비 등 각자의 개인 업무를 한다.

비록 가상회사지만 무직자들은 저마다의 소속감을 느끼고 있다. 소속감은 참여자들이 꼭 얻어갔으면 하는 운영자들의 작은 희망 사항이기도 하다. 무직기간을 잘 견디게 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전 팀장은 "소속이 없어서 자유로울 것 같지만, 무직기간이 길어지면 불안감을 느낀다"며 "니트컴퍼니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편안함, 안정감 등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이지만 가벼운 소속감을 얻어갔으면 좋겠고, 참여자들도 우리가 원하는 정도의 소속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소속감은 명함과 같은 사소한 것들로부터 커져간다.


니트족이 생겨나는 이유는 '의지'아닌 '사회 구조' 문제…여러 목소리 대변하고파


니트생활자도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한 고민이 많다. 먹고 사는 고민이다. 당장 수익이 많이 나는 형태의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금처럼 다양한 형식의 지원사업을 수행하면서 비즈니스 모델(BM)을 실행할 계획이다. 필요한 만큼의 소속감만 제공하는 멤버십 모델도 고려 중이다. 일정 관리만 해주거나, 특정 몇 개 업무에만 참여하는 등의 방식이다.

여러 형태로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아 내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박 대표는 "무업 기간 동안 안정감을 제공하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한 번 쉬면 원하는 직업을 다시 얻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퇴사를 힘들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사회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캠페인 등을 병행하고 싶다는 게 박 대표의 단기 목표다.

니트족(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NEET)의 사전적 정의는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이다. 니트생활자는 니트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전 팀장은 "니트족의 영어 약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소속이 없는 사람'이 더욱 정확한 뜻일 것"이라며 "의지가 없다기 보단 사회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준비된 사람도 사회 안으로 들어가기 힘들다"며 "니트라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백수를 의지 없는 사람, 게으른 사람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도 이들이 바꿔야 하는 것 중 하나다. 전 팀장은 "아직 극소수이긴 하지만 백수 생활을 경험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백수'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바뀌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노윤주 기자 daisyroh@
노윤주 기자
daisyroh@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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