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이나 첫 직업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언제든 기회는 있습니다. 그 기회를 누리는 건 본인 선택입니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엘리시아 사무실에서 만난 김윤수 엘리시아 이사(CMO·최고마케팅책임자)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엘리시아는 블록체인과 부동산 소액 투자를 결합한 스타트업이다. 그는 8년 간 조선업에 몸 담았다가 블록체인 업계로 전향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업 아이콘루프를 거쳐 엘리시아에 합류했다. 그에게 커리어 전향과 스타트업, 대기업의 차이점 등을 물었다.
김 이사는 8년 동안 STX에서 배를 팔았다. 주로 해외 바이어를 상대했다. 조선업 영업직에겐 지켜야 할 규칙이 많았다. 와이셔츠 색깔, 넥타이 색깔, 구두 색깔, 수염 모양, 머리 스타일까지 신경 써야 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수직적 조직 문화였고, 통제가 심했다”고 말했다. 과장 자리까지 올랐지만 회의감이 컸다. 그는 “아침에 일어날 때 정말 괴로웠다”며 퇴사를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별다른 대책 없이 나와 채용 사이트를 뒤졌다. 우연히 블록체인 기업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긴가민가했지만 면접을 보러 가서 확신이 섰다. 젊은 사람들이 자유로운 복장으로 활기차게 일하고 있었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렇게 배를 팔던 김윤수 씨는 블록체인 업계로 뛰어 들었다.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김 이사는 “커리어 전향을 고민한다는 건 현재 커리어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다는 의미”라며 “그럼에도 (커리어를) 바꾸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한 답이 없다면 그냥 바꾸면 된다”고 말했다.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막상 해보면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게 재미 있다고 덧붙였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하는 것과 스스로 적응하고자 공부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물론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보다 스타트업에서는 일을 더 많이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직이 작기 때문에 한 사람이 맡아야 할 일이 다양하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아이콘루프에 커뮤니티 매니저로 지원했지만 입사하고 나선 사업기획 매니저로 업무가 변경됐다. 영업 경력이 도움이 돼 신사업을 기획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는 아이콘루프에서 2년을 일하다 나왔다.
그는 STX에서 함께 일했던 전(前) 직장 동료 소개로 지난해 엘리시아 경영진을 만났다. 김 이사는 “부동산·미술품 같은 전통 자산을 블록체인을 활용해 유동화하고, 전에 없던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경영진의 비전이 와 닿았다”며 엘리시아에 합류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엘리시아는 “조직원이 하고자 하는 바를 적극 지원해주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성장하는 단계이기에 직군이나 직책을 따지기 보다는 다같이 협업하는 조직문화를 추구한다는 설명이다. 단점으로는 임정건 엘리시아 대표가 사람이 너무 좋다는 점을 꼽았다. 김 이사는 “대표는 리더로서 단호할 필요도 있다”며 “임 대표가 직원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니 놓치는 기회도 많아 이 점을 보완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엘리시아는 최근 블록체인 개발자를 찾고 있다. 김 이사는 “일을 즐거워하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임직원 11명 중 개발자 인턴 3명이 있는데, CTO가 체계적으로 가르쳐주고 있다”며 “블록체인에 대해 궁금하거나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환영”이라고 전했다.
김 이사는 “업무를 체계적으로 배우려면 대기업이 좋지만 조직에 구애 받지 않고 스스로 개척하는 일이 더 맞는 사람은 스타트업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평생 놀지 않고 일을 해야 하는 삶이라면 이왕이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낫다”며 “연봉 몇 백만 원 차이를 떠나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부연했다.
/도예리 기자 yeri.do@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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