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터 Decenter

혹자는 2020년을 '잃어버린 한 해'라고 말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회·경제 활동에 여러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이동 제한과 소비 심리 위축으로 기업들의 피해도 누적돼 가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코로나19를 기회로 활용, 성장하는 산업도 있다.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업계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7년 비트코인 강세장에서 난립했던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은 자본력과 신뢰성을 갖춘 대형사 위주로 재편됐고, 블록체인 업계들도 경쟁력 있는 사업 모델을 제시하며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디센터는 연말을 맞아 2020년 한해의 블록체인 업계를 결산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대비하는 '블록체인 2020' 릴레이 인터뷰 시리즈를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세 번째 인터뷰이는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의 김균태 파트너다.

해시드(Hashed)는 국내 대표 블록체인 투자사다.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초기 단계에서 발굴해 투자하고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다. 클레이튼(Klaytn), 라인(Line), 테라(Terra), 신세틱스(Synthetix), 더샌드박스(The Sandbox) 등 다양한 국내외 프로젝트를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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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붐이 일던 시절 속속 등장했던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들이 최근 소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반면 해시드는 활발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해시드는 당장 블록체인과 관련 없어 보이는 스타트업에도 투자를 집행했다. 향후 블록체인을 적용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지난 11월에는 KB국민은행, 해치랩스와 함께 디지털자산 수탁기업 ‘한국디지털에셋(KODA, Korea Digital Asset)’을 설립했다. KODA를 디지털 자산 시장 은행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다. 지난 4일 김균태 해시드 파트너를 만나 2020년 해시드 주요 성과와 2021년 계획을 물었다.

프로토콜 경제 사회 화두로 떠올라…투자사 입장에선 초기 기여자로 경제적 이득 기대

김 파트너는 올해 해시드의 괄목할 만한 성과로 “’프로토콜 경제’가 사회 아젠다(agenda)가 됐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프로토콜 경제는 탈 중앙화된 프로토콜(규칙)을 만들어 두고, 생태계 참여자가 활동하고 기여하면 적절한 보상을 받아간다든가 의사결정을 하는 데 참여하도록 하는 일종의 중립적 네트워크”라고 정의했다. 그는 “해시드는 지난 2017년부터 프로토콜 경제를 이야기해왔다”며 “올해는 그러한 개념이 실제 경쟁력 있게 구현 가능하다는 점을 투자를 통해 증명했다는 게 가장 큰 성과”라고 전했다.

실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프로토콜 경제를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17일 중기부는 내년 1분기 중에 블록체인 스타트업 육성으로 ‘프로토콜 경제 발전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프로토콜 경제는 플랫폼 활성화에 기여한 생태계 참여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주는 경제 시스템이다. 플랫폼 사업자가 부를 독식하는 플랫폼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 파트너에게 투자사 입장에서 프로토콜 경제가 유리한 이유를 묻자 그는 “어떠한 플랫폼이든 초기에 기여한 사람에게 리워드를 많이 준다”며 “투자를 통해 자금, 비즈니스 네트워크 등을 제공하고 생태계를 활성화시켰다면 그에 따른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디파이, 비장상주식 플랫폼, 정치SNS 등 프로토콜 경제 반영된 곳에 투자

김 파트너는 프로토콜 경제 철학에 따라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프로젝트인 카이버네트워크, 신세틱스, 세트랩스(SetLabs) 등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는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한 이자를 받고 빌려주는 행위가 금융의 출발”이라며”이라며 “돈을 빌려주는 사람, 즉 네트워크 이팩트(Network Effect)를 만드는 데 기여한 사람에게 토큰으로 보상을 주는 행위가 프로토콜 경제”라고 설명했다.

김 파트너는 “디파이는 스마트컨트랙트로 구현되기 때문에 다양한 스마트컨트랙트 로직을 구현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며 “현재보다 더 나은 애플리케이션이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해시드는 올해 프로토콜 경제 개념이 반영됐다면 블록체인을 활용하지 않아도 투자를 집행했다. 비상장 주식 플랫폼 서울거래소, 정치성향 테스트 기반 정치SNS 옥소폴리틱스(OXOpolitics), 자막 번역 서비스 ‘자메이크’ 운영사 보이쓰루(voithru) 등이다. 김 파트너는 “3개 스타트업에 향후 프로토콜 경제가 활용될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며 투자 배경을 밝혔다.

KODA에서 해시드 역할은 사업 기획, 전략 수립, 네트워크 구축

김 파트너는 “국내 은행이 자산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트렌드 분위기에는 동의하는 것 같다”며 “KODA는 내부적으로 디지털 자산을 수탁할 수 있는 서비스부터 먼저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기관, 법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구축하고 향후 B2C 서비스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김 파트너는 “(해시드는) 전반적 사업 기획, 전략 수립을 함께 하고 해외 디파이, 씨파이 프로젝트와 KODA가 협업할 만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KODA는 별도 법인이라 해시드가 투자한 곳과 파트너십을 맺는다는 법은 없지만 그렇게 되길 기대는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 디지털 자산에 대한 관심 커질 것”

그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좋은 인프라가 나올 것이고, 인프라 활용해서 실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도 분명히 출시될 것”이라며 “블록체인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대중, 기관의 관심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파트너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도 갈라파고스처럼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속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산업을 부흥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시드는 다가오는 해에도 프로토콜 경제 철학에 따라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 파트너는 “특히 디파이와 가상세계 관련 컨텐츠 비즈니스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도예리 기자 yeri.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