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주춤했던 비트코인(BTC)이 급등하며 5,000만원 시대를 열었다. 방아쇠를 당긴 건 테슬라였다. 테슬라는 지난 8일(현지시간) 15억 달러어치의 BTC 매수 사실을 공개하며 앞으로 자사가 생산하는 전기차 결제 수단으로 BTC를 인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전부터 테슬라의 창업주인 일론 머스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BTC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하지만 나스닥 시가총액 4위 기업(9일 기준)인 테슬라가 “차 값을 BTC로 받겠다”며 BTC를 사업에 활용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BTC 투자를 계기로 암호화폐 결제의 대중화가 한 발 더 다가섰다고 평가했다. 테슬라에 이어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대기업들이 더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변동성이 큰 자산인 BTC에 테슬라가 큰 금액을 투자한 것은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훼손시키는 악재라는 반론도 나온다.
테슬라의 BTC 투자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실체가 있다’는 점에 방점을 둔다.
댄 아이브스(Dan Ives) 미국 웨드부시 증권 리서치장은 “이번 소식은 그간 소문만 무성했던 일런 머스크의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실체가 있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라며 “테슬라와 일런 머스크가 암호화폐 시장 깊숙이 진입했다는 것이고, 시장에선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겠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주가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CEO는 “모든 기업은 디지털 통화, 디지털 결제를 비즈니스 계획의 일부로 수용하는 법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일런 머스크가 앞서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시작으로 맥도날드서부터 보쟁글스(Bojangles)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업이 암호화폐 결제 도입 방식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알아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토니 트렌체브(Antoni Trenchev) 암호화폐 대출업체 넥소(Nexo) 파운더는 금리가 제로에 다다르고, 미 달러화가 하락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기업이 BTC에 투자하는 일은 합당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금이 늘어나는 기업들이 이중 일부를 BTC에 투자하는 것은 가장 확실한 현금 관리 옵션 중 하나”라며 “위험과 수익을 다변화하는 전략은 주주가치를 극대화한다는 핵심 원칙에 부응하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테크크런치는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는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 개인에게는 좋을지 몰라도 회사 차원에선 명백히 위험한 일”이라고 투자자, 애널리스트 등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테슬라는 전기 자동차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상징적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환경오염을 야기할 수 있는 암호화폐에 투자했다는 것은 이런 평판을 해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트코인 채굴 작업에는 막대한 양의 전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석탄 연료 사용이 증가하고, 수천 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테크크런치는 “비트코인의 생태 발자국을 고려하면, 이번 거래는 친환경에너지 기업을 표방하는 테슬라의 방향성과 대조된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월가 주요 은행 임원은 테크크런치에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는 대기업이 변동성이 큰 신흥 시장 통화에 현금을 투입한 것과 다르지 않다”며 “테슬라가 위험을 분산하지 않았다고 가정한다면, 그들은 미래에 현금 부자가 되거나 대차대조표에 구멍이 뚫릴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임원 출신 애널리스트 개리 블랙(Gary Black)은 이번 소식이 전해진 후 트위터를 통해 “지난 2019년부터 보유하고 있던 테슬라 주식을 모두 매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테슬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리스크를 지닌 자산이었지만 이번에 비트코인에 15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위험성이 더 커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지난 1월에 비트코인에 투자했다면 이를 주주들에게 왜 알리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투자자산관리센터 크리스토퍼 슈워츠(Crhistopher Schwarz) 금융학 부교수는 “이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끔찍한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본질적으로 테슬라의 납품업체들은 아무도 비트코인(BTC)으로 결제하지 않기 때문에 통화 위험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도예리 기자 yeri.do@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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