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친(親)암호화폐 국가이자 전세계 ‘암호화폐 허브’로 손꼽히는 싱가포르가 들썩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블록체인 위크 2022’ 행사가 열린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엑스포는 입구에서부터 활기찬 기운을 내뿜었다. 줄지어 이어진 싱가포르 블록체인 업체들의 부스에는 다양한 인종의 관람객이 모여 인파를 이뤘다.
오는 29일까지 7월 마지막 한 주 동안 열리는 ‘싱가포르 블록체인 위크 2022’는 싱가포르 블록체인 협회에서 주관하는 대형 블록체인 행사로 △웹3.0 샌드박스 해커톤 △컨퍼런스 및 전시 부스 운영 △교육 프로그램 △직업 박람회 등으로 구성됐으며 총 참여자는 1만 명(협회 추산)에 이른다.
이날 ‘싱가포르의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규제’를 주제로 열린 컨퍼런스에는 싱가포르 통화청(MAS)의 핀테크 총책임자 솝넨두 모한티(Sopnendu Mohanty)를 비롯해 주요 기업 대표 등이 한 데 모여 산업의 미래를 두고 열띤 토론을 펼쳤다.
연단에 올라 선 싱가포르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들은 MAS의 블록체인·암호화폐 규제가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니잠 이스마일(Nizam Ismail) 에티콤 컨설턴트사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무엇이 되고 안 되는 지 명확하다는 점에서 MAS가 규제 정책을 잘 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추아 추 랑(Chua Tju Liang) 블록체인 앤 디지털 에셋 대표 역시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싱가포르의 규제는 적절하고 가이드라인이 명확하다”며 “특히 전통 금융과 암호화폐 규제 간 구분이 확실해 과거의 잣대로 신산업을 가로막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세계적으로 통일된 암호화폐 규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각국의 규제 일관성을 통해 ‘국경 없는 기술’이라는 블록체인의 특성을 더욱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림 퉁 리(Lim Tung Li) APAC 수석 정책 자문위원은 “규제의 비일관성은 장벽으로 작용한다”며 “암호화폐는 국경 없는 상품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테라·루나 사태로 도마 위에 오른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 이슈에 대해선 큰 문제가 없다는 공통적인 견해를 보였다. 퉁 리 자문위원은 “테라·루나 사태는 특정 종류의 스테이블코인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법적 통화에 대응되는 스테이블코인의 경우에는 여전히 가치를 가지고 있다”며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 사용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향후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블록체인 업계를 충격에 빠뜨린 테라와 3AC 등이 모두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불거진 ‘싱가포르 책임론’에 대한 MAS의 입장도 주목받았다. 해모한티 MAS 핀테크 최고책임자는 “시장 실패는 혁신하고 있는 산업에 항상 생기는 일”이라며 “닷컴 버블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상업적으로 성공적인 상품이 나오며 10년 만에 다양한 유니콘 기업들이 탄생했듯 블록체인 업계에서도 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 싱가포르=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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