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타칭 한국 대표 가상자산 벤처캐피털(VC)이라는 해시드부터 한국에 괜찮은 프로젝트가 없다고 얘기하는데 누가 투자하겠습니까”(국내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
해시드는 줄곧 ‘한국 프로젝트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물론 한국 VC라고 해서 국내 프로젝트에 꼭 투자하거나 좋게 평가해야 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이중적인 태도다. 해시드는 유리할 때만큼은 ‘한국’을 빼놓지 않는다. 홈페이지에 ‘서울은 해시드의 뿌리이자 분명한 장점이다. 한국은 암호화폐 등 신기술을 먼저 채택한 역사가 있다’고 소개하고 스스로를 ‘아시아 시장으로 가는 관문’이라 칭한다. 한국이라는 브랜드에 기대어 대표 자리는 누리면서 정작 한국 기업은 외면한다. 해시드의 관점은 해외 투자사의 국내 프로젝트 투자를 가로막는 또 하나의 장벽으로도 작용한다. 해외 투자사가 국내 프로젝트 평판을 조회할 때 해시드를 거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해시드의 또 다른 이중성이 드러난다. 해시드는 아주 일부의 국내 프로젝트에는 투자했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평판조회)때마다 출자 기업만 소개하고, 나머지 기업은 좋게 얘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건데, 그저 해시드에 서운한 감정을 가진 반대 측의 비난으로 치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달 초 해시드 공동 주최로 열린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 2022’다. 국내를 뛰어넘어 아시아 최대 블록체인 축제로 소개된 이번 행사에 참여한 국내 기업은 불과 16곳 정도인데, 이마저도 대부분 해시드가 직접 투자했거나 행사 스폰서로 참여한 곳이다. 한국이라는 상징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해시드 잔치’인 셈이다. 이렇다보니 ‘코리아’를 빼고 ‘해시드’를 넣어야 한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해시드는 ‘크립토 윈터’에 기름을 끼얹은 ‘테라-루나’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초기투자자로서 테라-루나를 혁신인 냥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루나는 한순간에 휴짓조각이 돼버리며 생태계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해시드가 입맛 따라 국내 기업들에 대한 게이트키퍼 역할을 자처하지만 그 자질에 의문이 생기는 이유다. 게다가 폭락 사태 이후 어떠한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은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이번 KBW에도 나타나지 않으며 지난 날의 과오에 대해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해시드가 국내 대표 VC로서 가상자산 투자시장을 선도해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업계는 대표 자리에 걸맞은 품격 있는 리더를 원한다. 해시드가 선택적 ‘한국팔이’로 잇속만 차리는 행태는 멈추고, 1위 사업자 답게 국내 업계와도 상생하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 홍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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